"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걸어온 길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9.12.1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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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대우신화' 국내 2위 기업 일궈...말년엔 베트남서 청년사업가 배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014년 10월 서울 연세대학교 대우관 각당헌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014년 10월 서울 연세대학교 대우관 각당헌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11시 50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김 전 회장은 1936년 대구 출생으로 경기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세운 뒤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기업을 일군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세계경영'을 기치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 기업으로 대우를 성장시켰다.

당시 대우의 수출규모는 한국 총 수출액의 약 10%에 달했다. 1998년에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 1323억달러 중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달러로 약 14%나 차지했다.



1963년 한성실업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로 섬유 제품 직수출을 성사시켰다. 수출만으로 회사를 초고속으로 성장시켜 '대우신화'라는 신조어와 함께 샐러리맨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1969년 한국 기업 최초로 호주 시드니에 해외 지사를 설립했고, 1975년 한국의 종합상사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우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창구 역할도 도맡았다.

1976년 한국기계(대우중공업)와 1978년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대한조선공사(대우조선해양) 등 부실 기업을 인수, 단기간 내 경영 정상화를 이뤄 한국의 중화학 산업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같은 시기 에콰도르(1976년)에 이어, 수단(1977년), 리비아(1978년) 등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사업의 터를 닦았다.

1980년대 무역·건설부문을 통합해 ㈜대우를 설립(1982년)하고 그룹화의 길에 접어든 후, 자동차·중공업·조선·전자·통신·정보시스템·금융·호텔·서비스 등 전 산업의 내실을 갖춰 세계진출을 본격화했다.

1989년 에세이집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펴내 6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며 최단기 밀리언 셀러 기네스 기록을 달성키도 했다.

1999년 해체 직전 대우는 41개 계열사와 600여개의 해외법인·지사망을 구축했다. 국내 10만명, 해외 25만명의 고용 인력을 토대로 해외 21개 전략 국가에서 현지화 기반을 닦았다.

2010년부터 마지막 봉사로 여기며 GYBM 양성 사업에 매진했다.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4개국에 1000여명의 청년사업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을 포함한 대우그룹 임직원들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에도 매년 창업기념일을 기려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김 전 회장은 GYBM 교육 사업의 발전적 계승과 함께 연수생들이 현지 취업을 넘어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체계화해줄 것을 유지(遺志)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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