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증거인멸' 유죄에도 “분식회계 판단은 아직”…왜?

뉴스1 제공 2019.12.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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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 3명, 징역 1년6월~2년 실형…法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
회계부정 여부는 판단 안해…향후 재판 따라 양형 변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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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임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분식회계 의혹'은 검찰이 여전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만, 법원은 분식회계 사건의 유무죄 판단을 배제하고 이 사건 '증거인멸' 행위만을 놓고 유죄 선고를 내렸다.

설령 분식회계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인멸된 증거들이 '본류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더라도, 피고인들의 증거인멸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한 만큼 유죄 판단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9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모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김모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각각 선고했다.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서모 상무와 백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모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삼성바이오 안모 대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증거위조 등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간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란 주장을 폈다. 분식회계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교사한 혐의로 기소됐으니 해당 사건이 무죄로 판단되면 피고인들도 자동으로 무죄라는 주장이다.


피고인 가운데 부사장 3명은 지난해 5월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 주도적으로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하며 증거인멸을 도모한 혐의를 받았다.

반면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건이 설령 무죄로 판단되더라도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것은 사실이므로 증거인멸 혐의는 무죄가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재판부 또한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인멸한 증거가 특정됐고, 향후 인멸된 증거 가운데 일부가 복원됐다고 해도 유죄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엄청난 자료를 그룹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하게 함으로써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생겼다"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의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판단이 먼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증거인멸·은닉 행위가 있었을 당시 분식회계 사건의 형사사건 개시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개연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분식회계 쟁점에 대한 최종 판단 없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계없이 이번 증거인멸 사건에 대한 판단이 가능했다"며 "(재판부는) 분식회계 쟁점에 대해 어떤 최종적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로서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의무가 없는 데다 판단을 하는 것 자체도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시작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도 드러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판단은 잘못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들이 인멸한 증거들이 분식회계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향후 진행상황과 그 결과에 따라 피고인들의 양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사건은 아직 기소도 안 됐고 기소가 되더라도 범죄 성립여부나 범의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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