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황, 비황은 없었다…심재철 당선, 김세연 1표 '나비효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9.12.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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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계파보다는 투쟁력, 협상력에 투표…의원들 불안감도 작용"…각종 뒷말도 무성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2.9/뉴스1


벼랑 끝 여야 대치국면에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 사령탑에 5선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다. 친황(친황교안), 비황(비황교안)과 같은 계파 구분보다는 '협상력'·'투쟁력'에 무게를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애초 절대 강자를 점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1차 투표와 결선투표에서 연이어 공동 2위가 나오면서 단 1표가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뒷말도 나온다.



9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김재원 의원은 결선투표 끝에 106표 중 52표를 얻어 당선됐다.

기호순으로 △강석호(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이장우(재선·대전 동구), △유기준(4선·부산 서구·동구)-박성중(초선·서울 서초구을), △김선동(재선·서울 도봉구을)-김종석(초선·비례), △심재철(5선·경기 안양시동안구을)-김재원(3선·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등 4개 조 중 1차 투표에서 유기준-박성중 의원이 10표를 얻어 탈락했다.



39표를 얻은 심 의원 조와 28표로 공동 2위였던 강석호, 김선동 의원 조가 동시에 결선 투표를 치렀다.

결과는 52표로 심 의원 조의 승리였다. 강 의원과 김 의원 조는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27표씩을 받았다. 1차 투표 때 강 의원과 김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이 대부분 그대로 투표했다고 보면 유 의원 쪽을 지지했던 10표가 심 의원 쪽으로 넘어간 셈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소위 계파에 따른 투표보다는 정국 상황을 고려한 투표 심리가 지배적이었다고 본다. 실제 후보 구성에서 계파는 뒤섞였다. 친박-비박, 비황-친황이 서로 짝을 지어 출마했다.


당내 목소리를 종합하면 의원들은 대여·대정부 투쟁력과 협상력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심 의원은 5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낸 관록이 있다. 9월 '조국 사태' 때는 삭발도 했다.

심 의원은 이날 정견발표 때도 이 점을 강조했다. 심 의원은 "여당과 협상하는 데 경력은 무시하지 못한다"며 "저는 약점 잡힐 것이 전혀 없다. 선수에서나 민주화 운동 경험에서나 저는 민주당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에 장애인이라는 점 등을 내세운 것도 변화를 원하는 표심에 자극이 됐다. 또 상당수 3선 이상 중진들이 심 의원을 지지했다. 공천 과정에서 인적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칼날을 맞을 수 있는 다선들이 친박(친박근혜), 친황과 거리가 있는 심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심 의원은 "원내대표는 공천과 관련해서는 직접 권한은 없지만 의원들이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교안 대표에게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러닝메이트로 대표적 친박이자 황 대표의 측근인 김재원 의원을 영입한 것도 주효했다. 당내 주류 세력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김 의원 역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협상력과 투쟁력을 인정받는다. 새누리당 시절 원내수석 부대표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최근에는 예결위원장을 맡아 여당의 예산안 처리 강행에 제동을 걸며 강하게 맞섰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원래 원내대표는 '싸움꾼', 정책위의장은 '꾀돌이'를 뽑는 것"이라며 "오늘 심 의원 등이 연설도 잘해서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 이번에 나온 4팀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처럼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은 없어 총선에서 원내지도부의 '후광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며 "협상력과 투쟁력에 방점을 두고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표심을 알기 어려운 원내대표 선거의 특성상 뒷말도 적잖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내 서울대 동문 의원들이 심 의원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 서울대 동문들은 대체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권이 있는 의원 중 유일하게 투표를 포기한 김세연 의원(3선, 부산 금정구)이 결국 나비효과를 일으켰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 의원은 이날 국제보건의료포럼 행사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가정은 이렇다. 현 한국당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김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면 비박계이자 온건·합리적 성향의 강석호 의원에게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랬다면 결선 투표에 심 의원과 강 의원 둘만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재선인 김선동 의원에게 투표했던 의원들이 강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을 가능성이 있고 결과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가정을 전제로 한 뒷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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