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에임 대표. /사진제공=에임
유명한 글로벌 헤지펀드의 잘 나가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자산관리자)였던 그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하는 일에 공허함을 느꼈다. 매일 수십억 달러씩 자산을 굴리고 수익을 내는데도, 일반 소비자와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다는 갈증이 커졌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힘겨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월급은 100만원. 그래도 열정만큼은 억대 연봉을 받을 때 못지 않다.
'열정페이'를 마다 않고 창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 컸다. 고등학교 1학년 나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큰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액 무상교육으로 유명한 뉴욕의 명문 쿠퍼유니온대에 진학하면서 학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어려서부터 꿈꿨던 삶은 아니었다. 좀 더 창의적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창업의 길이었다. 처음에는 스타트업 투자를 생각했다. 2011년 헤지펀드를 나와 뉴욕대 MBA(경영전문대) 과정을 마치고 2013년 글로벌 벤처캐피털 '테크스타즈'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많은 스타트업을 만났고, 이 대표도 창업에 용기를 얻었다.
'내가 가장 잘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뭘까' 생각하던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떠올렸고 2016년 에임을 창업했다. 이미 미국에선 수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서비스였지만 한국에선 AI가 알아서 자산관리를 해 준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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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수년간 퀀트 헤지펀드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프로그램 '에임'을 만들었다. 수조 원의 자금을 굴리는 헤지펀드들만 사용하는 서비스를 일반 개인 고객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어려서 집안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던 경험을 하다 보니 가난이 싫었다"며 "모두가 불행해지는 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임은 특정 알고리즘 기반으로 고객의 자산, 투자목적, 재무현황 등에 따라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제시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액티브와 패시브 투자를 적절히 혼합해 어떤 상황에서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전세계 77개국 1만2700여개의 기초자산에 분산투자해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이 대표는 자신했다.
2017년 초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에임은 올해 급성장했다. 올초 100억원 미만이던 자산운용규모는 현재 850억원으로 늘었고 이용자도 25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이 대표가 밝힌 에임의 3년 간 누적 수익률은 38%.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3%)보다 12배 이상 높다.
에임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문을 연 이후 각 증권사마다 우후죽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에임의 경쟁력에 자신했다.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원조인 미국에서 알고리즘 투자의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은 국내에선 에임뿐"이라며 "내년에는 자산운용규모 1조원으로 불려 더 많은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