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짝퉁게임'과 전쟁…韓 업계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19.12.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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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해도 IP 침해 피해액 감안시 손실 커…업계, 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 필요

'中 짝퉁게임'과 전쟁…韓 업계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IP(지식재산권) 사수를 위해 중국 게임사들과 법적 분쟁을 하고 있지만, 승소해도 실제 피해 규모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파악하지 못한 IP 침해 사례가 더 많고, IP 침해로 퇴출당한 중국 게임사들이 다시 ‘짝퉁’ 게임을 내놓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피로감만 누적되는 상황이다. 업계와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공동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메이드는 최근 중국 게임 개발사 37게임즈를 상대로 낸 ‘전기패업 모바일’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전기패업 모바일은 2017년에 출시한 웹게임 ‘전기패업’의 모바일 버전. 위메이드는 ‘전기패업 모바일이 정당한 계약 없이 미르의 전설2 저작권을 침해하고 IP 가치를 훼손시켰다’며 상해 보타구 인민법원에 저작권 침해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중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37게임즈는 전기패업 모바일의 게임 서비스 관련 불법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피해 ‘눈덩이’ 보상은 ‘쥐꼬리’…승소해도 짝퉁게임 우후죽순=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사와 법적 분쟁 시 비용과 인력 면에서 지출이 크다. 중국 짝퉁 게임을 감시하고 소송을 하기 위한 인력을 따로 두고, 계속 투입되는 소송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위메이드의 경우 법무법인 수임료만 수십억원에서 최대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이드는 추후 이런 부분까지 소급 적용해 배상금을 청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합당한 배상금을 지급 받더라도 IP 침해로 본 손실을 전부 보상받긴 불가능한 시장 구조다.

위메이드의 핵심 IP 미르의전설(중국명 열혈전기)은 중국 내 ‘전기류’라고 불리는 장르를 양산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게임이 7000개, 웹게임이 700개, HTML5게임 300개, 사설 서버만 수만대로 추정될 정도로 저작권 침해 규모가 상당하다. 위메이드는 중국 전기류 게임 시장을 최대 5조원까지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파악하지 못한 피해도 적지 않다. IP 침해로 발생한 피해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승소하더라도 피해는 끝없이 이어진다. 패소한 게임사 외에 제 3의 업체들이 또 다른 짝퉁 게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 IP를 침해한 1400여개의 게임을 적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시켰다. 그러나 해당 게임사들은 폐업 후 사명만 바꾸고 다시 베낀 게임을 낸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는 손해배상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또 다른 피해를 지켜볼 뿐이다. 국내 게임사는 IP 침해 방지에 돈과 인력을 쓰는데, 중국 업체들은 수익을 꾸준히 챙기는 상황이 반복되는 구조다.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넷이즈의 ‘Rules of Survival’.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넷이즈의 ‘Rules of Survival’.
◇中, 韓 게임 베끼기 제동 움직임…공동 대응 나서야=짝퉁게임이 생겨난 시점은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진출한 2000년대 초반이다.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넥슨(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웹젠의 ‘뮤’,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넷이즈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를 모방한 여러 종류 게임을 PC 및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했는데, 이 게임들은 원작의 자리를 넘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IP 침해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계약 없이 아예 짝퉁 게임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개발사 도장을 위조해 계약사처럼 행세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 계약을 한 뒤에도 로열티를 3분의 1정도만 지급하기도 한다. 일부 권리만 계약해 놓고 다른 중국 게임사에 라이선스를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태는 그간 중국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두둔했기에 가능했다. 중국 게임사들은 이를 악용했고 국내 게임사들은 짝퉁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가 산덩이처럼 불었다. 금전적 손해 뿐 아니라 이미지 타격도 입었다.

업계는 개별 업체가 아닌 업계·정부 차원에서 무차별적 IP 침해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게임사와의 저작권 침해 소송 노하우를 공유하며 업계와 정부가 공동 대응 지침을 내놔야 한다는 것.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최근 중국이 자국 게임 업체의 무분별한 한국 게임 베끼기에 제동을 건 만큼 대응책을 수립하기 좋은 시기”라며 “업체 간 중국 소송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들은 업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근본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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