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관 중 남녀 임금격차 많은 곳은 1위 서울연구원(종합)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9.12.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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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22개 기관 조사, 여성이 임금 많은 곳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132%

[그래픽]2018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2개 중 성별임금격차 현황. 노란색과 빨간색은 남성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직원 임금의 상대적 비중./디자인=김지영 기자[그래픽]2018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2개 중 성별임금격차 현황. 노란색과 빨간색은 남성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직원 임금의 상대적 비중./디자인=김지영 기자


서울시 22개 모든 투자·출연기관 중 남성 직원의 임금이 여성 직원보다 가장 많은 곳은 서울연구원이고, 여성직원의 임금이 높은 곳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의 경우 남녀성별 임금격차가 46.42%, 여성가족재단은 -31.57%로 조사됐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격차가 46%일 경우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54만원이라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경우로, -31%일 경우는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1만원이라는 의미다.



서울시는 9일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지원하기 위해 22개 모든 투자·출연기관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와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시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이는 국내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이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2018년 만근한 총 2만2361명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이 성별임금격차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시도한 바 없는 성별임금격차 분석을 처음으로 실시했다"며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개선노력을 본격화한다는 면에서 이번 공시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22기관 중 여성 임금 남성보다 높은 곳은 단 2곳
이번 성평등 임금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 –31.57%로 조사됐다.

이 중 서울연구원의 성별임금격차가 46.42%로 가장 컸고, 서울에너지공사(40.99%), 서울산업진흥원(37.35%)이 그 뒤를 이었다. 이 3개 기관은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17년 기준, 34.6%) 보다 높았다.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도 있다.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특정 성별인원이 1~4인인 범주는 분석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블라인드 처리)이다. 두 기관 모두 상위 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여성 임금이 어떤 이유에서건 높은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남성, 여성보다 근속기간 7.7년 길어...임금 격차 한 요인
해당 기관 전반의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도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인 주요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시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1만5000여명 중 8.7%로 매우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은 175.1개월로 남성 231.3개월보다 짧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30% 이하로 나타난 기관은 △서울교통공사(8.7%) △서울시설공단(22.0%)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12.8%) △서울주택도시공사(23.2%) △서울에너지공사(16.0%) △서울디지털재단(28.6%) 등 6곳으로, 상대적으로 성별임금격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지는 점, 건축·토목·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점도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직급(1~2급)에 여성이 없다. 건축, 토목 등의 직종이 많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상위직급(1~3급)에 남성이 88%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여성 채용비율을 높이고 △상위직급에 여성 진출기회를 확대하며△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중단 등 불이익이 없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시 22개 각 투자출연기관에서의 남녀 격차에 대한 원인·개선점을 찾는데 집중하고,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임금자문단'이 각 투자출연기관을 방문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투자출연기관에 대한 성평등 임금공시를 지속하는 동시에 향후 대상을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과 시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신경아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국내 처음으로 성평등임금공시를 시행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의 이번 공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성차별 없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성평등임금공시의 목적은 성별임금격차 발생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실제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며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만드는 핵심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22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별임금격차 현황/자료=서울시22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별임금격차 현황/자료=서울시
한국의 성(性) 격차 지수 2018년 149개국 중 115위 하위권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측정한 2018년 성(性)격차지수에서 115위다. 2017년보다 3계단 올랐지만 전체 149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WEF의 '세계 성격차 보고서2018(Global Gender Gap Report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글로벌지수는 0.657이다. 중국(0.673)과 일본(0.662)은 물론 인도(0.665)보다도 떨어진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성평등 실현에 가까운 나라다.

분야별 평가를 살펴보면 기업 임원의 여성 참여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133위에 그쳤고, 한국의 남녀 임금평등 지수는 0.532로 세계 평균 0.632를 밑돌아 121위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 인도에서는 가사노동, 가사돌봄노동 등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노동 활동에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쓴다고 파악했다.

영국 캐나다 벨기에 동일임금 관련법 제정
최세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올 초 발간한 글로벌포커스 '성별 임금격차에 관한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은 1970년대 이후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영국은 1975년에 남성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 여성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동일임금 관련법(Equal Pay Legislation)을 시행했다. 하지만 개인근로자가 동일임금 여부를 판단해야 해 실질적인 효력이 없었다.

2010년에 성별 임금격차보고 규정(Equality Act 2010-Gender Pay gap information regulation)을 추가해 사업체에 동일임금 지급에 대한 내용의 공개 의무로 부여해 실효성을 제고하는데 힘썼다.

벨기에에선 정부가 산별 공동위원회를 구성, 상시고용 50인 이상 규모의 기업은 2년마다 성별 임금격차에 관해 집중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성별 임금격차 보고서를 기업 내 노사협의체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2012년 제정된 임금격차법(Pay Gap Act)은 기업의 노사협의체가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사내 직무 간 '동일가치노동' 및 동일임금 지급 여부에 대해 평가하고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이에 대해 협상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형평임금법(Pay Equity Act)을 1987년에 도입했다. 형평임금법에 따라 근로자를 10인 이상 고용하는 온타리오주 내 기업의 고용주는 직무평가를 성중립적으로 하며 동일가치 직무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부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돼 고용, 승진, 직업훈련,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성별로 차별할 수 없는 것을 명시했다. 또 2007년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해 더욱 구체적으로 차별에 대해 규정하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존재하더라도 임금 및 채용에서 성차별은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성별 임금공시제를 도입했고, 이번 서울시가 그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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