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보노(보컬, 왼쪽)은 여전히 무대에서 건재했다. 8일 첫 내한무대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가 2시간 내내 이어졌다.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대신 스크린엔 곡에 맞는 테마 영상만을 띄웠다. 다시 말하면, “우리를 보려면 (영상을 통한) 가짜가 아닌 (무대를 통한) 진짜를 보라”는 주문이었다.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43년 만에 열린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그룹 U2의 첫 내한공연 ‘조슈아 트리 투어 2019’는 역사적인 공연이라는 설렘과 사운드적 밸런스가 주는 불편함이 뒤섞인 미묘한 현장이었다.
특히 최소한의 밴드 구성으로 이런 화려하고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에 전 세계 관객 1300만명이나 모은 저력과 관록이 절로 느껴졌다.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43년만에 첫 내한무대에 오른 세계적인 그룹 U2.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 시각 인기 뉴스
무대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Bullet the blue sky’와 ‘Exit’를 연주할 때. 마디에서 연결의 미학을 잃지 않는 보노의 보컬과 절제와 포효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가는 디엣지의 기타, 이 두 사람을 더 깊은 경지로 몰아넣는 흑백 라이브 영상(보노가 핸드헬드 기법으로 찍은)의 어지러운 착시 또는 현실이 가장 U2다운 미학을 맛보게 했다.
두 곡이 전해지는 그 순간, 좌석은 물론이고 스탠딩석까지 ‘침묵’ 같은 고요함이 유지됐다. 관객 2만 8000여명이 숨죽이며 흥분한 상태였다고 할까.
보노는 우리 나이 60세인데도 쉬거나 멈추는 법을 몰랐다. 깊은 주름에도 목소리는 생생했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내보이지 않았다. 스크린으로 ‘클로즈업’되지 않은 이들의 모습은 20대 청춘 그 자체였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운드는 시작부터 거슬렸다. 첫 곡부터 본 무대가 아닌 간이 무대에서 열어 그랬나 싶었지만, 자꾸 듣다 보니 그것이 이들 사운드의 정체성인 듯했다.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특히 기타가 코러스나 플랜저, 딜레이 같은 공간계 이펙터들을 강도 높게 사용해 다른 악기들을 잠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리듬 파트와의 소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옥에 티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타가 키보드 역할을 포함한 오케스트라 같은 소리를 내는 ‘마술’을 부리면서 밴드는 ‘온기’를 흠뻑 머금었다. 그 따뜻함이 바깥 찬바람도 훌훌 걷어낼 정도로 강렬했을까.
지하철 1호선 환승역 신도림에 내려서도 일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Love Is Bigger Than Anything In Its Way’를 제창하고 있었다. 함께 내린 일부 승객은 그 모습을 응시하며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