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약 개발' 가능성 높인 젬백스·바이오젠…다른 곳은?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9.12.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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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개발 가능성에 젬백스·에이비엘바이오 등 국내 기업들 재조명

바이오젠이 발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EMERGE 임상 결과. 오른쪽 고용량(High dose) 투여군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바이오젠은 밝혔다./사진=바이오젠바이오젠이 발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EMERGE 임상 결과. 오른쪽 고용량(High dose) 투여군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바이오젠은 밝혔다./사진=바이오젠


좌절된 줄로만 알았던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이 분야 연구개발이 다시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최근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임상학회(CTAD: 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에서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아두카누맙'의 유의미한 임상 3상 결과를 내놓았다.

임상은 EMERGE와 ENGAGE 등 2개 과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EMERGE 임상에서 주목할만한 데이터를 얻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고용량을 투약했더니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고 바이오젠은 발표했다.



2개 중 1개 임상에 성공했다는 주장인데, 올 3월 바이오젠은 2개 임상 모두 무용성 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이오젠은 그러나 임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월 긍정적인 임상 소식을 알린 뒤 이번에 데이터를 발표한 것이다. 바이오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을 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바이오젠의 '역전홈런' 같은 임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세계 바이오업계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거의 손을 놓는 분위기였다. 바이오젠이 치료제 개발 속도에서 가장 앞서 있던 탓에 임상 실태가 관련 분야 연구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바이오젠과 더불어 CTAD에서 국내 기업 젬백스 (11,170원 ▲90 +0.81%)가 치매 치료제 신약 후보 'GV1001' 임상 2상 성공소식을 전하면서 열기가 더해졌다. 젬백스는 치매 중증도 이상 환자들 중 기존 알츠하이머 약물 도네페질을 3개월 이상 복용한 환자들에게 GV1001을 피하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주(2~6일) 젬백스 주가는 전주 대비 61.4% 치솟았다.

관심은 국내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국내 기업들로 확장되고 있다. 이중항체 분야 강자로 부상한 에이비엘바이오 (24,500원 ▼750 -2.97%)는 파킨슨병 치료 물질(ABL301)을 뇌까지 전달하는 BBB(혈액·뇌 관문) 셔틀 기술을 갖고 있다.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뇌혈관은 뇌로 전달되는 어떠한 이물질도 통과하지 못하게 제어한다. 뇌까지 약물을 성공적으로 전달해주는 핵심 기능이 바로 BBB 셔틀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BL301뿐 아니라 BBB 셔틀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다.

아리바이오의 'AR1001'은 알츠하이머 근본원인인 독성 아밀로이드 올리고머 생성을 억제하고 제거한다. 치매에 대한 근본 치료와 증상 완화에 도전한다. 미국 FDA로부터 알츠하이머 임상 2상의 6개월 약물 투여 연장 승인을 받았다.


일동제약 (8,670원 ▼30 -0.34%)은 멀구슬나무 열매 천련자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만든 치매 치료제 'ID1201'의 임상 2상을 4월 마쳤다.

업계는 바이오젠의 미국 신약 허가 여부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임상 데이터를 놓고 유의미한 치료 효과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FDA의 선택이 후발 주자들의 판단에 중요한 힌트가 될 거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뇌질환 치료제 개발은 어떤 치료제보다 난해한 분야여서 도전 자체가 쉽지 않다"며 "바이오젠이 허가를 얻게 되면 신약 개발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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