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람코 IPO "빈 살만 왕세자 권력 강화용"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12.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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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당근책'으로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망가진 이미지 회복…빈 살만의 국내·국제 정통성 확보

편집자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왕실) 소유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이번주 상장된다.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의 주식회사가 기업 공개를 통해 베일을 벗는 것이다. 유가 뿐 아니라 전세계 자금시장이 출렁이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도 아람코 상장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금줄인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가운데 그 정치적 배경이 주목된다. 외신들은 아람코 상장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사우디 내 권력을 다지고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고 보고 있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사우디에서 석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42%, 정부 재정수입의 87%를 차지하는 핵심산업이다. 아람코는 그 사우디 석유사업을 총괄하는 기업으로, '주식회사 사우디'라 불리기도 한다.

사우디 왕실은 자금줄인 아람코의 지배권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권력의 기반을 다졌다. 실제로 이번 IPO에서도 왕실 전체 보유주식의 1.5%만 상장된다. 전문가들은 그런데도 사우디 왕실이 투자자들에게 통제권을 조금이라도 넘겨준 이유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아람코 상장은 빈 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재활치료"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이후 사건의 배후로 여겨지는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이에 사상 최대의 IPO라는 막대한 투자기회를 당근책으로 내밀면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빈 살만 왕세자는 가문 최장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전통을 깨고 왕세자 자리에 올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은 지난 2017년 조카인 무함마드 빈나예프 왕세자를 폐위시키고 친자식인 빈 살만을 왕세자로 임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같은해 말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반대파를 대거 숙청해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왕자의 난'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신 '젊은 개혁가' 이미지를 내세우며 국가개혁기획인 '비전2030'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셰일 오일 등으로 사우디 석유의 패권이 흔들리자 차세대 산업을 개발해 석유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신기술을 탑재한 거대신도시 3곳을 지을 예정이었다.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종교경찰을 폐지하고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폐쇄적인 사우디의 이미지 개선에도 힘을 썼다.


그러나 왕자의 난 및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국제사회가 돌아서면서 자금 마련에 제동이 걸렸다. 자신의 핵심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몰리면서 정통성에도 위기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포린폴리시는 "사우디는 십여 년 전에도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도시를 짓는다고 했지만 철저히 실패했다"면서 "사우디의 지도자들은 (권력) 통제에 관심이 있다. 왕세자가 시행한 개혁들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국민의 충성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전2030 자체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인권 신장 및 차세대 산업 개발보다는 권력 강화의 목적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빈 살만 왕세자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동시에 여성 활동가와 언론인을 탄압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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