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대주택 광고, 공감 아닌 공분 산 까닭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19.12.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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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공공기관의 임대주택 광고가 입방아에 올랐다. 광고는 두 명의 친구가 SNS(소셜미디어)상에서 나눈 대화를 패러디했다. 부모님 도움을 받아 집을 산 친구가 임대주택에 입주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대화가 오갔다. 해당 광고는 무주택자, 특히 2030 청년층의 공분을 사 결국 3일 만에 철거됐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주거문화와 관련된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엘사(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등이다. 초등학생들이 어느 곳에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에 따라 빈부 격차를 인지하고 계층을 구분 짓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계층간 융화를 위해 민간 아파트 공사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지만 누가 임대주택에 사는지 다 안단다. 그만큼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고 세상이 각박해졌다.



신혼집을 매매로 시작했느냐 전세 혹은 임대로 시작했느냐에 따라 자산 형성 속도가 다르다. 연봉 인상률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다. 여건이 된다면 부모님 도움을 받아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고픈 마음이 드는 이유다. 일반 분양주택을 사는 것이 최선,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은 차선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광고는 임대주택에 존재하는 차별적 인식,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나타나는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섣부른 광고가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로 불리는 수저 계층론을 상기키며 임대주택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임대주택은 초기 주택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이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사회적 요구도 점차 높아진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8억8014만원. 폭등하는 집값에 공공 임대주택 수요자는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근로소득자로 점차 확산한다.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임대주택 제도가 정책적 효과를 보기 위해선 주택의 유형을 다양화하고 질을 높여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광고에서처럼 공감보다 공분을 사는 제도에 그치게 될지도 모른다. 임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보다 세심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기대해본다.

[기자수첩]임대주택 광고, 공감 아닌 공분 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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