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메리 바라 GM 회장이 미국 미시건주에 위치한 GM 글로벌 테크센터에서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사진제공=LG화학
합작법인은 50대 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원을 출자한다.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새 공장은 오하이오(Ohio)주 로즈타운(Lordstown)에 짓는다. 내년 중순에 착공에 들어가며 양산된 배터리셀은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된다.
지난해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GM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며 북미 생산공장 5곳과 해외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 1만4000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연기관 '거인'의 체질변화 선언이었던 이 발표로 GM의 전기차 배터리 투자가 예견됐는데, GM의 선택은 LG화학이었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영역에서 이미 GM과 공고한 신뢰를 형성한 점이 양사 합작의 배경이 됐다. LG화학은 GM이 2009년 출시한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었다. 이후 쉐보레 스파크, 쉐보레 볼트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강자가 기존 틀을 깬 합종연횡에 나설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초고속 성장이 예견된다.
이미 산발적 '합종연횡'이 진행된 배경도 여기 있다.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올해 초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까지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또 독일 폭스바겐도 올해 6월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합작으로 연 생산량 16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초기만 해도 배터리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합작법인 설립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안정적인 조달이 우선시되면서 배터리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작법인 설립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GM과의 합작으로 '아메리칸 드림' 구체화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힌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52만대에서 2021년 91만대, 2023년 132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26% 성장이다.
LG화학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4각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업체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5개의 자체 생산공장과 2개의 합작 생산공장 등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GM과의 합작법인 설립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배출가스 없는 사회를 이뤄내고 친환경차 시대로의 변혁을 이끌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라며 "LG화학은 글로벌 시장 리더 지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