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외인, 韓증시 최소 2천억 빼 아람코 갈아탄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2.09 17:33
글자크기

이머징 마켓 리스크·국제유가 하락세 부담…韓증시 영향 미미할듯

편집자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왕실) 소유의 석유회사 아람코가 이번주 상장된다.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세계 역사상 최대규모의 주식회사가 기업 공개를 통해 베일을 벗는 것이다. 유가 뿐 아니라 전세계 자금시장이 출렁이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도 아람코 상장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연 순이익 130조원, 시가총액 2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이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증권시장에 상장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높고 국제 원유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아 아람코 투자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초거대기업의 상장에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람코 투자에 대한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외국인이 사우디 주식시장 '타다울'(Tadawul)에 상장하는 아람코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우디 정부가 승인하는 외국인 투자자 자격(Qualified Foreign Investor·QFI)을 취득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준비하는 국내 기관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우디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QFI 제도를 갖고 있는데 현재 사우디 QFI를 취득한 국내 기관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대형 글로벌 투자자나 이머징 마켓 펀드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곳 아니면 크게 관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대형운용사 관계자도 "현재 아람코 투자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내부에선 '굳이 아람코에 투자할 이유가 있나'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 기관 입장에서는 사우디 증시가 구미가 당기는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절대왕정체제인 사우디에 투자하는 위험성이 크다는 것과 원유가격의 하락세로 아람코의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두 가지다.

우선 사우디는 정치적 리스크나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활동의 투명성·신뢰성 문제 등이 평가절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머징 마켓 대부분이 디스카운트를 받지만 폐쇄적 사회인 사우디의 평가절하 요인이 더 크다는 시각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아람코가 얼마전 지난해 순이익이 1111억 달러(130조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솔직히 진짜인지 의문이 간다"며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를 상장하는 이유가 상당히 정치적이고 정확한 원유 매장량도 공개하지 않아 투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우디 증권감독원(CMA)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격은 은행, 증권사, 보험, 정부 혹은 정부 관련 기관 등에 한정되고 자산운용 규모는 5억달러(6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사우디 정부는 외화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 2015년 타다울을 개방할 당시 자산운용 규모(50억달러)보다 10분의1 수준으로 낮췄지만 아직 국내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다.

[MT리포트]외인, 韓증시 최소 2천억 빼 아람코 갈아탄다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만큼 국제 유가가 실적과 주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과 대체에너지 개발, 원유 수요 감소 등으로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아직은 아람코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한국예탁결제원이 외화증권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어야 하는데 현재 서비스가 제공되는 41개 해외 시장 중 사우디는 없다.

예탁원 관계자는 "예탁원은 해외 주요 증권보관기관과 예탁결제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라 국내 수요만 있으면 어떤 시장이든 외화증권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아람코 상장으로 사우디 증시에도 관심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어느 곳에서도 사우디 시장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약 2000조원으로 코스피(1399조원)와 코스닥(224조원)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한 나라의 증권시장 보다 큰 기업이 상장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이동으로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으나, 예상보다 큰 자금 유출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람코 시가총액 중 실제 상장되는 유동주식은 1.5%인 256억달러(30조원)뿐이고 이중 해외 투자자 지분은 약 2조원 가량이다.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아람코가 상장 이후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EM(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 한국 비중의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어느정도 유출될 수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 분석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아람코의 MSCI EM 지수 편입으로 한국 비중은 약 0.05~0.2%포인트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 유출은 2000억~9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