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람코 투자에 대한 국내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외국인이 사우디 주식시장 '타다울'(Tadawul)에 상장하는 아람코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사우디 정부가 승인하는 외국인 투자자 자격(Qualified Foreign Investor·QFI)을 취득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준비하는 국내 기관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국내 대형운용사 관계자도 "현재 아람코 투자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내부에선 '굳이 아람코에 투자할 이유가 있나'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우선 사우디는 정치적 리스크나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활동의 투명성·신뢰성 문제 등이 평가절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머징 마켓 대부분이 디스카운트를 받지만 폐쇄적 사회인 사우디의 평가절하 요인이 더 크다는 시각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아람코가 얼마전 지난해 순이익이 1111억 달러(130조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솔직히 진짜인지 의문이 간다"며 "사우디 정부가 아람코를 상장하는 이유가 상당히 정치적이고 정확한 원유 매장량도 공개하지 않아 투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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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증권감독원(CMA)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격은 은행, 증권사, 보험, 정부 혹은 정부 관련 기관 등에 한정되고 자산운용 규모는 5억달러(6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사우디 정부는 외화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 2015년 타다울을 개방할 당시 자산운용 규모(50억달러)보다 10분의1 수준으로 낮췄지만 아직 국내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아직은 아람코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개인이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한국예탁결제원이 외화증권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어야 하는데 현재 서비스가 제공되는 41개 해외 시장 중 사우디는 없다.
예탁원 관계자는 "예탁원은 해외 주요 증권보관기관과 예탁결제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라 국내 수요만 있으면 어떤 시장이든 외화증권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아람코 상장으로 사우디 증시에도 관심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어느 곳에서도 사우디 시장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람코의 시가총액은 약 2000조원으로 코스피(1399조원)와 코스닥(224조원)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한 나라의 증권시장 보다 큰 기업이 상장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이동으로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상당했으나, 예상보다 큰 자금 유출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람코 시가총액 중 실제 상장되는 유동주식은 1.5%인 256억달러(30조원)뿐이고 이중 해외 투자자 지분은 약 2조원 가량이다.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아람코가 상장 이후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EM(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 한국 비중의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어느정도 유출될 수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사 분석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아람코의 MSCI EM 지수 편입으로 한국 비중은 약 0.05~0.2%포인트 떨어지고 외국인 자금 유출은 2000억~9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