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로고/사진제공=농협은행
통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인하한다. 은행 입장에서 수신금리는 고객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데,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이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0.25%p 내리면서 그 만큼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오는 9일부로 'WON(원)정기예금'의 금리를 일부 내릴 예정이지만, 이는 우리 WON(원)뱅킹 전환을 기념한 이벤트성 금리 제공을 종료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 조정이 아니다.
신한·KB국민·KEB하나 등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현재까지 수신금리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금리 추이를 지켜본 뒤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건 1달 여 앞으로 다가온 새 예대율(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예금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 규제와 오픈뱅킹 시행 등에 따른 고객 이탈 우려 때문이다.
새 예대율 규제의 핵심은 기존 예대율에서 가계대출 위험 가중치는 15% 올리고 기업대출은 15% 낮추는 것이다. 기업대출을 늘리면 될 것 같지만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기업대출을 마냥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분모인 예금 확대가 필수적이다.
비용 절감만 고려해 예금금리를 내렸다가 다른 은행들에게 예금고객들을 빼앗겨 자칫 예대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하나의 금융 앱으로 모든 은행 계좌의 조회와 이체 등 핵심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행도 부담이다. 오픈뱅킹 시행 초기 경쟁에서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금리'만한 유인책이 없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 예대율이나 오픈뱅킹 등의 영향으로 고객의 이탈을 막는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시장 금리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수신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