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다산 정약용, 서울 집값 급등 예견했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9.1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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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서 자녀교육 걱정, "서울 10리 내 살아야"… 해외도 학군 좋은 곳 집값 높아, 밀레니얼 세대 선택은?

편집자주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복부인을 꿈꾸나 역량 부족이라 다음 생으로 미룹니다. 이번 생은 집을 안주 삼아 '집수다'(집에 대한 수다)로 대신합니다. 짬 나는대로 짠 내 나는 '집사람'(집에 얽힌 사람) 얘기를 풀어봅니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앞 학원상가 / 사진=머니투데이 DB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앞 학원상가 / 사진=머니투데이 DB


"서울에 살 곳을 정해 세련된 문화적 안목을 떨어뜨리지 마라."

"내가 유배를 당한 처지여서 너희들을 농촌에 물러나 살게 하지만, 훗날 계획은 꼭 서울 10리 안에 살게 하는 것이다."


맹자 어머니 뺨치게 교육열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입니다다. <목민심서>의 저자이자 당대 최고지성이었던 다산은 자녀들에게 서울을 떠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 방침에 최근 서울 대치동과 목동 전셋값이 급등세입니다. 실용을 추구하는 실학 사상가답게 교육과 주거지에 대한 다산의 철학(?)이 현 세대에게도 유효한 걸까요.

저서 <도시의 승리>로 유명한 에드워드 글레이저에 따르면 교육을 받은 인재일수록 자녀의 교육과 안전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학교수준을 높이는 한편 치안을 유지하는데 기꺼이 투자한다고 합니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의 학군별 집값 차이는 한국보다 심합니다. 필명 브라운스톤(우석)의 <부의 인문학>을 인용하면, 매사추세츠 최고 학군인 브루클린의 침실 3개 주택이 70만달러 이상인 반면 보통 학군인 근처 멜로스-스토넘에서는 45만달러입니다. 신시내티 최고 학군 시커모어 집값은 평균 18만달러, 보통 학군인 러블랜드는 10만달러입니다.

2016년 리얼토닷컴(realtor.com)의 조사에 따르면 학군이 좋은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집값이 49% 비쌌습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2018년 해비타트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항저우의 516개 지역의 집값과 교육여건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교육여건이 양호한 곳의 집값이 더 높았습니다.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 가족들이 교문 앞에서 고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DB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 가족들이 교문 앞에서 고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DB
◇밀레니얼 세대도 언젠간 집을 산다… 학군이냐 직주근접이냐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될 즈음에도 학군이 집값을 좌우할까요. 4차산업 혁명기에도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가 건재할지요.

세계적 석학들은 4차산업 혁명이 오히려 교육의 중요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는 설비투자만큼 교육 투자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도 기술의 진보와 지식의 축적을 경제 성장의 중요 요소로 주목했습니다.

결국 인재가 모이고 지식이 활발히 교류하는 서울 같은 슈퍼스타 도시의 집값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관건은 지역별로 어떤 지식, 어떤 교육 여건이 잘 구축돼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유명 입시학원의 밀집도가 교육여건의 양호함과 동일시 될지는 의문입니다.

직주근접 주거지로 대표적인 판교 아파트 / 사진=머니투데이 DB직주근접 주거지로 대표적인 판교 아파트 / 사진=머니투데이 DB
교육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밀레니얼세대가 결혼을 적게(혹은 더 늦게) 하고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군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자녀교육, 특히 입시교육에 이전 세대만큼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입니다.

홍춘욱·박종훈은 최근 공저 <밀레니얼 이코노미>에서 밀레니엄세대의 경우 학군보다는 직주근접이 주택구입에서 보다 큰 고려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들 세대가 주택시장의 전면에 나설 때 즈음이면 지역별 양극화로 하급지에서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고, 처음부터 옥석을 가려 직주근접을 우선시할 것이란 예측입니다.

낮은 청약가점과 보유자산 부족으로 '청포세대'(청약포기)로 불리는 밀레니얼세대. 과연 기존 세대의 집값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학군과 직주근접, 여러분의 선택은 어느 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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