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3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 부회장은 앞서 오후 1시29분쯤 검정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검정색 코트와 양복 차림의 이 부회장은 '양형심리인데 어떤 말씀을 준비하셨나', '(2차 공판 때 신청한) 증인들이 채택될 것으로 보시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빠르게 재판정으로 이동했다.
10월25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저희로서는 대법 판결에서 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고 오직 양형 판단을 다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대한 선처를 받기 위해 양형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유지되면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혐의액은 총 86억원으로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정상참작의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작량감경이 가능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3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본질이 대통령 측의 강제적 요구로 인한 '소극적 뇌물'이었다면서 집행유예 유지를 주장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과 삼성 양측이 국정공단 사건에 대해 수년간 다퉈온 주장들이 다시 한 번 오늘 법정에서 대결하게 된 것"이라며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결정이 삼성에 중요한만큼 이날 재판 내용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한파에도 많은 시민들이 이 부회장의 법정 출석 장면을 보러 몰려와 이번 재판에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총 34석(입석 20석)뿐인 재판 방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3~4시부터 줄을 서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월 1차 공판 이후 방청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 이번 3차 공판엔 밤샘을 위한 '1인용 텐트'마저 등장했다.
이날 진행될 양형심리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삼성 측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 관계자들은 재판 시작 11시간을 앞둔 이날 새벽 3시쯤부터 재판장 인근에 대기하며 상황을 살폈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12월 첫째 주에 단행해온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미뤘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진행한 인사를 늦추면서 3차 공판을 의식한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삼성 측은 사업 영역인 인사와 재판은 무관하단 입장이다.
지난 2차 공판기일에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증인을 이날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공판 기일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삼성 안팎에선 재판이 길어지면 임원 인사뿐 아니라 삼성의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도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오너의 거취에 따른 변수가 있어 내년도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적잖은 애로가 있을 것"이라며 "오늘 공판은 삼성이 불확실성을 떨치느냐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