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프로]"너무 착했다"던 숨진 특감반원, 한달 전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9.12.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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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극단적 선택 둘러싼 책임 공방…휴대전화에 비밀 풀 열쇠 있을까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A씨가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인 A 전 특감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지인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사진은 A씨가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2019.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 A씨가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인 A 전 특감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지인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사진은 A씨가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2019.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서울동부지검 소속 A수사관의 절친했던 동료 수사관은 최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착한 사람"이었던 그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달 전쯤 청와대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던 A수사관은 서울지방경찰청 앞으로 지나다가 노숙하던 할머니에게 3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알지도 못하는 노숙자에게 왜 돈을 주냐고 묻자 이 근방을 지날 때마다 그랬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료 수사관은 자신도 덩달아 노숙자 할머니에게 만원을 주고 왔다며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면서 "마음도 여리고 허튼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수사관의 호주머니 형편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A수사관이 청와대에 근무하기 전 검찰에서 나란히 책상을 맞대고 근무했던 한 수사관은 5년 전 A수사관이 자동차를 바꾸기 위해 중고차 매장을 함께 갔었던 추억을 들려줬다. 얼마나 탔는 지 알 수 없는 아반테가 가다 서다를 반복해 어쩔 수 없이 새로 구입한 자동차는 소나타 하이브리드 중고차였다.



그의 가정형편을 아는 동료들은 "A수사관의 아내도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살림을 꾸렸는데 이제 아내가 외벌이로 살아가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유족들이 당분간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십시일반 위로금을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에 휘말리면서 가장 먼저 걱정해야 했던 부분도 승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지난 2월 검찰로 돌아오게 된 그는 한 차례 5급 사무관 승진에서 물을 먹었다. 다음 인사에서는 반드시 승진해야 하는 처지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된 입장이 되자 승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곤 했다는 후문이다.

A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그를 사석에서 만났던 동료들이 들었던 이야기는 청와대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한다. A수사관은 사망하기 며칠 전에도 서울동부지검에서 함께 근무했던 수사관에게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의 친분을 저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지 괴로운 심정을 호소했다고 한다.


A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한 옛 동료 역시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A수사관과 가까운 동료들 사이에선 그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지사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에서 근무하면서 유 전 부지사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전화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반면 A수사관이 지난달 말 울산지검 조사를 받고 난 후 극도로 불안해했다며 검찰이 '별건 수사' 등으로 그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A수사관이 울산지검 조사 이틀 후인 지난달 24일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스폰서'로부터 접대향응을 받거나 뒷돈을 받는 등 A수사관의 약점을 잡아 수사에 활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데 검찰 내에선 "A수사관이 부도덕한 짓을 했다는 것이냐.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라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도, 검찰도, 경찰도 A수사관의 진실은 그의 휴대전화에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경찰이 고인의 유류품으로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했고 경찰은 이를 다시 가져와야겠다며 검찰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 역시 휴대전화를 검찰이 가져야 하는지, 경찰이 가져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 소환 직전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A수사관, 그의 휴대전화가 과연 진실을 말해줄 수 있을지,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았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거짓을 말하면 손이 잘린다는 강의 신 홀르비오 '진실의 입'에 차례로 손을 넣어볼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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