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마켓을 집으로, 집에서 뱅쇼 만들기

양진원 ize 기자 2019.12.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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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짧아지고 쌀쌀함을 넘어선 추위가 찾아오면 날씨와는 다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던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각난다. 사고 나선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는 소소한 장식품과 모아두면 예쁘지만 딱히 필요는 없는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어 소소한 쇼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손발이 꽁꽁. 이런 타이밍에는 어김없이 뱅쇼를 파는 가게가 나타나고,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따끈한 와인으로 에너지를 얻어 한두 시간은 더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밖에서 사 마시는 맛도 있지만, 집에서도 물론 어렵지 않게 뱅쇼를 만들 수 있다. 시리고 구멍 난 마음과 긴긴 겨울밤을 채워주는 달달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뱅쇼를 만드는 데 사용된 주류뱅쇼를 만드는 데 사용된 주류


뱅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본 스파이스. 모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뱅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본 스파이스. 모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레드와인으로 만드는 클래식 뱅쇼

재료: 레드 와인 500mL, 오렌지 한 개, 시나몬 스틱 1개, 황설탕 100g(취향에 따라 가감), 스타 아니스, 정향(옵션)



만드는 법
: 먼저 저렴한 와인 한 병을 구매한다. 포도 품종이나 원산지는 크게 관계없다. 보르도에서는 보르도 와인으로, 부르고뉴에서는 부르고뉴 와인으로 뱅쇼를 만드니 각자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준비하면 된다. 먹다 남은 레드 와인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단, 비싼 와인은 필요 없다. 뱅쇼를 끓일 용도로 와인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면 박스와인(Bag in Box)을 추천한다. 그냥 마셔도, 뱅쇼를 만들어도 큰 부담이 없는 맛있는 와인이면서 저장성이 길어 겨우내 마실 수 있다.

3-1 오렌지와 레몬은 굵은 소금을 이용해 표면을 박박 문질러 닦는다.3-1 오렌지와 레몬은 굵은 소금을 이용해 표면을 박박 문질러 닦는다.
오렌지는 펄펄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두 큰 술을 넣어 열탕 샤워를 해 왁스를 제거한다. 꺼내 식힌 후에는 다시 한번 흐르는 물에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가며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반으로 잘라 과즙을 짜내고 껍질은 따로 저며서 준비한다. 냄비에 와인과 오렌지 즙, 오렌지 껍질, 계피와 설탕을 모두 넣고 ‘데우면’ 끝. 재료의 향이 와인에 조화롭게 우러나오도록 하룻밤 숙성을 한 후 데워서 마시면 더 맛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절대 와인을 끓이면 안 된다는 것. 알코올이 살아있어야 하기에 센 불에서 가열하지 않는 것이 맛있는 뱅쇼를 만드는 핵심이다. 조리 용어로 시머링(Simmering)이라고 부르는 상태인 살짝 기포가 올라오기 직전의 상태가 딱 좋다.

클래식 뱅쇼클래식 뱅쇼
프랑스 알자스의 화이트 뱅쇼

재료: 리슬링 품종 화이트 와인 500mL, 오렌지 한 개, 레몬 한 개, 시나몬 스틱1개, 꿀 150mL(취향에 따라 가감), 넛맥, 정향

꿀을 첨가하는 화이트 뱅쇼꿀을 첨가하는 화이트 뱅쇼
와인 선정의 경우, 리슬링(Riesling) 품종을 권장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성대하게 열리는 와인 산지의 대표 품종이며 단맛과도 멋지게 어우러진다. 손질한 오렌지와 레몬은 즙을 내고 껍질을 분리해 냄비에 와인과 함께 향신료를 넣어 데워준다. 하룻밤 정도 숙성을 하면 놀라운 향을 즐길 수 있다. 꿀은 와인이 너무 끈끈해지지 않도록 와인을 재가열한 후 마시기 직전에 첨가하는 것을 권장한다. 설탕을 사용해도 되지만 꿀을 이용하면 섬세한 맛이 배가 된다.

브랜디를 첨가하는 뱅쇼. 뱅쇼의 온기로 브랜디의 아로마가 극대화되어 황홀한 아로마를 선사한다.브랜디를 첨가하는 뱅쇼. 뱅쇼의 온기로 브랜디의 아로마가 극대화되어 황홀한 아로마를 선사한다.
뱅쇼계의 주정강화, 브랜디 뱅쇼


재료: 레드 와인 500mL, 오렌지 한 개, 시나몬 스틱 1개, 황설탕 100g(취향에 따라 가감), 아니스, 정향, 브랜디(뱅쇼 1잔당 약 30mL)

몸도 마음도 너무 추운 시기라면 뱅쇼에서 얻는 온기와 알딸딸함으로는 이 계절을 이겨낼 용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궂은 날씨의 대명사인 영국에서는 뱅쇼에 브랜디를 첨가해 도수를 올려 마시기도 한다. 클래식 뱅쇼를 준비해 다시 데운 후 브랜디를 2:1 혹은 3:1의 비율로 마시기 직전에 첨가하면 된다. 뱅쇼에 브랜디의 알코올과 풍미가 더해져 황홀하다. 여력이 된다면 더 고급 버전인 꼬냑을 첨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버지의 술창고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면 대안으로 위스키보다는 그라빠를 더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고의 뱅쇼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조언

1. 직접 짠 오렌지가 아닌 시판 오렌지 주스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시판 오렌지 주스를 사용하면 색이 뿌옇게 변하면서 맛이 좋지 않다.

2. 계피는 꼭 가루가 아닌 통계피를 사용해야 한다. 가루 상태의 계피를 사용하면 와인의 색이 탁해지는 것은 물론이며 맛도 텁텁해진다.


3. 짧은 시간 내에 끓이지 않고 데운다. 대신 불을 끄고 나서 뚜껑을 덮어 놓은 채 몇 시간 동안 맛이 푹 우러나게 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다시 데워 먹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거쳐야 맛이 충분히 우러나 더욱더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깔끔한 프리젠테이션을 원한다면 채에 한번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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