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GM의 메리 배라 등 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81명은 지난해 8월 '기업에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목적을 기존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고객과 직원 등 모든 이해당사자의 번영 극대화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이윤)만 좇던 과거에서 벗어나 기후변화·환경오염·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에 투자한 금액은 30조7000억 달러를 넘겼다.
비판이 이어지자 바스프는 변화를 선택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기업으로의 변화다. 우선 사업 목적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화학을 창조한다(We create chemistry for a sustainable future)"는 문구를 넣었다. '이산화탄소 중립 성장' 정책을 꺼내든 바스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사업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바스프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마틴 브루더뮐러는 2019년 초 폐플라스틱 재사용 운동인 '켐사이클링'(ChemCycling)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 세계 폐기물 문제에 대한 해답은 기업의 책임감 있는 플라스틱 사용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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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위치한 바스프 글로벌 R&D 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 주요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표면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바스프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06년 동남아시아 생활용품 시장에서 P&G와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동남아시아 시장의 큰손인 베트남에서는 '물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었다.
유니레버는 여기서 힌트를 얻고, 물 절약형 헹굼 세제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기존 섬유유연제는 세탁물을 헹구는데 '세 양동이'의 물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한 양동이'만으로도 가능한 혁신 제품이었다. 제품 출시에 맞춰 베트남 소비자의 물 낭비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공익 마케팅도 대대적으로 펼쳤다.
유니레버는 베트남 헹굼 세제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게 됐다.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로 신제품 판매를 확대해 이 지역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로 우뚝 섰다.
유니레버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재활용품 수거센터를 설치하고, 가정용 재활용품을 반납하는 사람들에게 유니레버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다./사진=유니레버 홈페이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ESG에 선도적인 기업들은 직접 ESG 효과 분석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연세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한금융이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사업이나 ESG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계량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ESG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한다는 계획이다.
SK 역시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사회적 가치 측정에 나서고 있다. SK는 바스프와 공동으로 비영리법인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설립했다. VBA는 2022년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관련 회계표준을 만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각국 기업에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국내 한 기업에서 ESG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ESG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객관적 효과 분석이 어렵다는 점이 내부 임직원들을 설득하는데 제약 요소가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해선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돼 있는 만큼 앞으로 ESG를 고려한 기업 경영이 미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