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파는데만 집중했더니 독으로" 현대차의 반성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12.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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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에만 집중해 장기부진 요인...구조조정·전동화로 '어게인 현대속도'

"사드(THAAD·고도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이후 이후 중국에서 너무 조급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 새로운 전략으로 접근한다.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어게인(again) 현대속도’다. ‘현대속도’는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가 빠르게 성장하자 만들어진 신조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열린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중국 시장의 전략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서 파는데만 집중했더니 독으로" 현대차의 반성


특히 이 사장은 사드 사태 이후 판매량 회복에 너무 집중한 것을 장기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 등이 연달아 가동되면서 생산능력은 늘었는데 갑자기 수요가 줄자 판매에만 너무 집중한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다고 자평했다.



친환경차 전환, 상품성, 시장 전망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장에 접근했어야 했는데 판매에만 신경을 세운 것이 독이 된 셈이다. 마케팅 비용으로 수익성은 나빠지고 재고는 쌓이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법인 생산 추정치가 62만대로 사드 사태가 시작된 2016년(114만대)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현대차가 새롭게 내놓은 전략은 △광범위한 구조조정 △전동화를 통한 시장 위치 조정 크게 두 가지다. 양보다 질로 생산을 효율화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석해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석해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중국 1공장 가동 중단은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생산량이 반토막 난 상태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4개 공장도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전체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도 공장 구조조정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와 함께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 포트폴리오 변화를 꾀한다. 베이징현대는 올해가 친환경차로 ‘현대속도’ 재현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전기차 ‘코나(현지면 엔시노) EV’를 출시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라페스타 EV’를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코나 EV’를 중국에 출시하면서 중국 기업(CATL)의 배터리를 썼다고 강조했다. 부품 현지화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중국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내년엔 볼륨모델인 신형 ‘아반떼’, ‘투싼’ 등이 출시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중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에 참석해 점심까지 함께하며 중국 경제인과 교류에 힘썼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가 발생한 직후 현대차 내부에서 마케팅(판매)보다는 원가를 절감하고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중국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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