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에 '국회 감옥' 갇힌 민생법안

머니투데이 김예나 인턴 기자 2019.1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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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민주당 정책위, 필수적 민생 계류법안 57건 꼽아

여야 대치에 '국회 감옥' 갇힌 민생법안


자유한국당의 '무차별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는 사실상 마비됐다. 일본 수출 규제를 헤쳐나갈 대안인 '소·부·장 특별법(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과 저소득층 노인 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는 '기초연금법' 모두 국회에 발목이 묶인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중인 민생법안 57개를 꼽았다. 경제·민생·외교안보 분야에 걸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때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이터3법'·'소·부·장 특별법', 경제 살리는 법안 쌓였는데…


민주당은 경제 입법 과제 우선순위 중 하나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꼽았다.



데이터3법은 데이터 활용 규제의 빗장을 풀어 혁신 기업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은 5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상임위 의결을 기다리는 상태다.

민주당은 데이터3법이 불발될 경우, 가명정보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IT 기업이 중복규제를 피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강화한 유럽권의 데이터를 다루기도 한층 까다로워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사실상 대책이 없어 사업을 접는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소·부·장 특별법'도 우선 처리 과제다. 올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정부와 여당이 당론으로 내놓은 법안이다. 국내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논의기구와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일몰법을 상시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특별법 통과가 무산되면 당장 내년도 특별회계 설치부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소·부·장 강소 기업에 정부가 꾸준한 지원을 약속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어디에…어린이안전·유치원 법안 무산위기


'유치원 3법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민주당이 꼽은 핵심 법안이다. 개정안은 사립 유치원이 합법적으로 보조금을 쓰도록 공공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만들어 관리하게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에듀파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활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인이법(어린이안전관리법)'의 연내 처리도 주요 과제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가 3년 전부터 국회에 호소한 법안이다. 어린이가 사고를 당하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정부의 종합계획 수립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인이법없이는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자가 의무 안전교육을 받게 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돼지열병'으로 전국 돼지 살처분…양돈농가 지원은 언제


민주당은 국회 공전에 애타는 피해 농가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국내에 상륙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으로 퍼진 뒤 돼지를 집단 살처분했던 양돈농가들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피해 농가에 대한 정부의 생계안정자금 지원이 어려워진다. 폐업을 원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폐업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영세 농가의 생계 위기를 막기 위한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추후 발생할 ASF 방역을 위해서도 해당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역학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고 가축 사체의 화학적 처리를 법제화해야 ASF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동의 필요한 '청해부대', 현지 주둔 '난감'

민주당은 매년 국회 동의가 필요한 외교안보 법안도 발목이 잡혔다고 밝혔다. 청해부대(소말리아)·동명부대(레바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4개 국군부대의 파견 연장 동의안이다.

파견 연장 동의안은 국회가 매년 새로 갱신해야 하는데, 동의안이 연내 처리되지 못하면 우리 부대를 파병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민주당은 UN 평화유지활동에 '인적 기여'를 할 수 없으면 정부 외교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국제 무대에서 해내는 군사적 '한몫'으로 꾸준히 얻어오던 신뢰가 깎인다는 얘기다.

◇여야 함께 외친 '기초·장애인 연금법'…사회안전망 '나몰라라'


기초연금법·장애인연금법도 20대 국회 필수 처리 과제다. 정치권은 수 년째 연금 인상으로 사회 안전망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저소득층 노인·장애인 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는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연금법 개정은 여야가 입을 모아 외친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인 만큼 20대 국회 내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장애인 생존권쟁취대회에 참석해 "20대 국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복지 최약층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한 달이 되지 않아 필리버스터 국면을 맞으며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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