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이런걸까"…일본서 한국 아몬드 대박난 비결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12.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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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수입 견과류 가공품 시장에서 0.2%였던 韓 점유율, 올해 9월까지 56.1%로 280배 뛰어

"마약이 이런 느낌일까? 한국산 '허니버터 넛'의 중독성이 지나치다."

지난 6월 일본 매체 '로켓뉴스24'에 보도된 한국 '허니버터 아몬드' 제품평이다. 일본에서 한국산 견과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에 오면 꼭 사가는 필수 품목이 됐고, 일본 수입 견과류 가공품 시장에서 한국산이 압도적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아몬드 강국 미국 이긴 한국 아몬드
일본 수입 넛츠 가공품 시장 점유율 그래프. 1을 100%로 했을때 수치. /사진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지사일본 수입 넛츠 가공품 시장 점유율 그래프. 1을 100%로 했을때 수치. /사진제공=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지사


6일 일본 재무성 넛츠 가공품(아몬드 등) 수입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산 넛츠 가공품 수입액과 수량이 크게 뛰었다. 2015년 수입액 78만엔에서 올해 9월까지 4억5435만엔으로 약 582배 뛰었다. 같은 기간 수량 역시 525kg에서 32만1139kg으로 611배 넘게 증가했다.

이로써 2015년 말 일본 수입 넛츠 가공품 시장에서 0.2%였던 한국산 넛츠 가공품의 점유율은 현재 56.1%가 됐다. 아몬드 강국인 미국 점유율(18.7%)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는 "현재 추세로 보면 올해 말까지 한국산 넛츠 가공품의 대일 수출 수량은 40만kg(400톤)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사실 한국산 가공품이긴 하지만, 아몬드 등 원재료 대부분(99%)을 미국 등에서 수입해서 한국 업체가 가공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공수출국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평균 단가를 비교했을 때도 한국산 아몬드 가격은 1kg당 약 1415엔 수준으로 중국산(약 751엔)에 비해 약 2배 정도 비싸다. 미국(1518엔)보다는 싸지만 일본 주요 수입국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그런데도 한국산 아몬드가 일본인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달콤 짭짤한 한국 아몬드, 입소문 타며 일본에서 불티
/사진제공=길림양행 홈페이지/사진제공=길림양행 홈페이지
2014년 당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어닥칠 때 한 유통업체에서 대체품으로 견과류 전문 제조업체인 길림양행에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길림양행은 아몬드 겉면에 버터와 꿀을 이용한 당액을 코팅해 아몬드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고 눅눅해지지 않는 비법을 개발해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15년 첫 수출을 시작한 뒤 허니버터 아몬드는 현재 중국, 홍콩,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 전 세계 16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기존에 먹어보지 못한 맛은 해외에서 더 통했다. 2015년 중국 관광객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 "한국에서 허니버터 아몬드를 사왔는데 정말 맛있다", "달콤 짭짤해 중독성있다"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타면서 일본에서도 대박이 난 것이다.


현재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허니버터 아몬드를 꼭 사가고, 일본 종합 슈퍼마켓인 '돈키호테'에도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견과류가 호르몬이나 유용성 비타민류를 만드는 원료, 식물성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칼륨 함량이 많아 고혈압,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건강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맛, 손으로 집었을 때 가루가 묻지 않고 보관도 편리한 점등도 한국 제품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도쿄지사 관계자는 "한국이 넛츠 생산량이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고급기술력으로 수출 판로를 확보한 좋은 예"라며 "앞으로도 시리얼이나 샐러드에 넣어먹는 등 부수적인 식품과 함께 홍보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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