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로 부품사는 화웨이, 美금융제재시 '진짜 재앙'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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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업체 화웨이 흔들리는 로고. /사진=AFP중국 전자업체 화웨이 흔들리는 로고. /사진=AFP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전혀 쓰지 않은 최신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자 미국 부품 없이도 제품을 만들 수 있음을 뽐낸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진짜 위협은 미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부품 대신 유럽이나 일본 부품을 썼는데, 미국의 금융제재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지면 이마저도 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美 달러 결제 금지는 재앙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 재무부 청사 현판. /사진=AFP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 재무부 청사 현판.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이 올해 초 화웨이를 재무부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SDN)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다 중단했는데,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를 다시 살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SDN에 오른 기업이나 단체는 미 달러 결제가 금지된다. 미국 내 모든 자산도 동결된다. 미국 개인이나 기업도 SDN과는 거래하지 못하게 된다. 화웨이처럼 글로벌 공급사슬에 기대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조처다.



달러 대신 유로나 엔, 위안화 등 다른 통화는 사용할 수 있지만, 국제 거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나라 기업이라도 화웨이와 거래하는 순간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기에 거래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금은 화웨이가 미국 대신 유럽이나 일본에서 부품을 사올 수 있지만, SDN에 오르면 핵폭탄급 충격을 받게 된다"고 했다.

미 재무부 산하에서 SDN을 관리하는 대외자산관리국(OFAC)은 1950년에 설립된 기관으로 국제적인 돈세탁이나 테러 자금 모집을 막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현재는 국가안보를 위한 금융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2015년에는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이 SDN으로 지정된 수단과 이란, 쿠바, 미얀마 등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OFAC로부터 9억63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 방위 재단(FDD)'의 애니 픽슬러는 화웨이의 SDN 제재에 대해 "전 세계에 걸쳐 화웨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럽과 중국 이외 아시아 지역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법적 대응 나선 화웨이
숭류핑(宋柳平) 화웨이 최고법무책임자. /사진=AFP숭류핑(宋柳平) 화웨이 최고법무책임자. /사진=AFP
화웨이는 미국에서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5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자사 제품을 배체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뉴올리언스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FCC는 지난달 미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 제품을 쓰는 것을 금지하고, 현재 설치된 제품도 모두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FCC가 반론 기회를 주지 않은 점,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점이 미국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숭류핑(宋柳平)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는 5일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웨이는 단순히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면서 "FCC의 결정은 인터넷 공간의 안전을 확보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화웨이의 제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월에도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 정부기관의 화웨이 제품 조달을 막은 것은 불법이라며 텍사스주 연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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