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익명성의 위험성 알리고 싶었어요"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19.1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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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u클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고등부 대상 우수연

제15회 u클린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시상식 대상 우수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제15회 u클린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시상식 대상 우수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온라인상에서 자기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생각나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글짓기 부문 고등부 대상(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우수연(사진)양은 10대 청소년 입장에서 본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자아 정체성 확립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정작 우양 본인은 SNS 등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 외로운 유학 생활 중 SNS를 통해 알게 된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우 양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은 이면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우 양은 인터넷의 발달로 실시간 소통이 쉬워지고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현실과 다른 또 다른 내면을 보여주는 청소년들이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계했다. 2017년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우 양은 통제보다 대화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우 양은 "무작정 온라인 활동을 하지말라고 하는 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것 같아요"라며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놔야 건전한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힘줘 말했다.




“스마트폰 속 익명의 자유와 위험”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 보급률 100%를 넘긴 나라다. 이제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뗄 수 없는 필수적인 매체로 자리 잡았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능들로 경제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한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여럿 존재한다. 이를테면 아직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가 청소년의 자아 형성에 어떠한 문제를 안겨주는지 이야기해보자.

온라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형성했다. 같은 취미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그런 만큼 맺고 끊음이 가벼워진 인스턴트식 만남은 개방적으로 변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수단으로 다가왔다.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경계에 구애받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인간관계와 같은 책임감을 요구하지 않는 만남은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혹은 미성숙한 어른)이 접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 타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된 매체들에서 활동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욕설과 성희롱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 있는 것을 금방 볼 수 있다. 과연 그들이 현실에서도 똑같이 굴고 있을까? 온라인에서 더 거침없어지는 건 지금 하는 행동이 앞으로 불러일으킬 결과에 대해 겁이 덜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기 A양이 있다고 하자. A양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착하고 순한 이미지로 통한다. 그런데 어느 날 A양이 학교 친구에게 거친 욕을 섞어 반 친구에 대한 험담을 하고 야한 농담까지 한다면 그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올 것이다. 친구가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한다면 그 여파는 학교생활이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 A양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는 다르다. 익명성 뒤에서는 현실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실제 삶에는 큰 타격이 오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통제 속에서 누리지 못했던 해방감에, 현실 공간에서 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꺼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오래 지속하면서 익명성에 기대 표출했던 정체성과 현실의 정체성 사이에서 확실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온·오프라인 간의 정체성 혼돈이 오게 된다. 온라인 내에서 그저 내뱉었던 발언이나 행동 등이 현실에서 나타나게 되면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에 극단적인 예로 지난 2017년에 크게 논란이 된‘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있다. 사건의 개요가 대중들에게 드러남과 함께 미성년자인 가해자가 활동해왔던 ‘캐릭터 커뮤니티’ 또한 주목을 받았다. 캐릭터 커뮤니티란, 참여자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를 이용해 채팅으로 역할극을 하는 공간이다. 가해자는 날이 갈수록 더 잔인한 설정을 가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납치 살인 등 범죄들을 플레이했다. 가해자는 SNS에서 랜선 친구들과 인체 해부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러한 것이 현실에서까지 발현돼 살인사건으로 번지게 되었다. 물론 이 경우는 이미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었던 학생의 특수한 케이스지만, 그렇다고 해서 커뮤니티의 영향이 없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커다란 범죄는 아니더라도 언어습관이나 대면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의 모든 익명 SNS 활동을 감시하거나 금지해야 할까? 그런 강압적 방법으로는 반감만 살 뿐이다. 위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부모나 그에 상응하는 보호자와의 잦은 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청소년 문제들은 일과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거나, 부담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보호자가 있을 때 어느 정도 해결된다. 결정적으로 학교도 시대에 맞춰 학생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사이버 불링과 악플 이외의 인터넷 문화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전달 방식이 아니라 토론 방식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개선의 방향이 보다 또렷해지고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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