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행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리./사진=우경희 기자
그간 이혼에 소극적이던 노 관장이 이혼을 수용하고 대신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이 펼쳐지게 됐다. 최 회장은 5일 대한상의 행사서 소송 후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소송전이 이미 물밑에서 시작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새 가정을 꾸리면서 재결합의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최 회장의 발언에도 이같은 정황이 잘 드러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사회적가치 축제 SOVAC에서 '소셜 밸류의 시대가 온다'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그는 이어 "지독한 기업인이 됐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과정에서, 거의 공감능력 제로의 사람이 됐다"며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서 나와 아주 반대의 사람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최 회장이 말한 '사람'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이사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그 사람은) 돈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사람으로만 가는 사람"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주는 그 사람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나와는 반대일까(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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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고 그 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진 분석력을 갖고 공감능력을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 문제에 다가가는 방법은 뭘까. 사회적 기업이 뭔지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가치 철학은 말 그대로 근원적 변화다. 기업 경영에도 최우선 화두로 삼고 있다. 사회적가치의 시작이 김 이사장이었다는 말은 최 회장의 심경이 결정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말한 10년의 전쟁 역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치욕적인 시간 보낼때도 일말의 희망 갖고 기다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방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김휘선 기자
노 관장은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고, 그사이 큰 딸도 결혼해 잘 살고 있으며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며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며 "남은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로 3억원을 청구하며 별도 재산분할도 청구했다. 최 회장의 SK그룹 주식의 42.29%다. 노 관장이 요구한 42.29%는 548만7327주에 해당한다. 4일 종가 기준으로 1조38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