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요금 '반값'으로 내린 은행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9.12.06 04:33
글자크기

[피플]박형주 KB국민은행 디지털 전략부 부장..금융+통신 결합 '리브M' 도전기

박형주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부장/사진제공=KB국민은행박형주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부장/사진제공=KB국민은행


“이렇게 하면 통신요금이 더 싸게 되지 않을까요?” “유심(USIM)칩 꽂을 수 있게 작은 클립도 함께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박형주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부장(사진)은 고객들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는다. 그에게 이런 ‘피드백’이 쏟아진 이유는 국민은행이 지난달 4일부터 시작한 ‘반값’ 통신요금의 가상통신망사업(MVNO) ‘리브 모바일’(LiivM) 때문이다. 오는 16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의 기획자인 박 부장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서비스에 반영중이다. 리브M은 온라인으로 주문해 고객 스스로 개통해야 하는데 유심칩을 배송할 때 작은 클립을 주기로 한 게 한 예다.



“모든 게 다 처음이죠. 회계처리를 어떻게 할지,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지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려 했더니 ‘통신서비스’가 정관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은행 정관까지 바꿨어요.”

은행이 ‘알뜰폰’(MVNO) 사업자로 직접 통신업을 하는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리지만 휴대폰 요금제나 통신서비스 모두 은행이 설계한다. 통신요금은 기존 통신사의 ‘반값’이다. 은행 거래 실적에 따라선 통신요금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요금제도 박 부장이 만들었다. 그간 통신업이 금융 영역을 치고 들어 왔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다. 그런 만큼 의미가 적지 않다.



박 부장은 “모바일을 이용한 디지털 금융은 통신업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통신과 결합하려 하는데 제약이 너무 많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2017년부터 금융당국의 문을 두드렸다. 통신업 허가를 몇 차례 건의했지만 당국은 은행법 해석상 ‘은행업과 관련 없는 부수 업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안으로 삼성전자, SK텔레콤과 제휴해 ‘갤럭시 KB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보였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국민은행 앱이 깔리는 것인데, 통신사 주도여서 제대로 된 ‘디지털 금융’ 구현이 쉽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직접 통신 요금제를 설계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금융위원회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돼 새로운 영역 진출이 허용된 거예요.”

은행법 적용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국민은행의 통신업 진출 허가가 떨어졌다. 우연한 기회 같지만 3년이란 시간을 공 들이지 않았다면 안 됐을 일이다.
국민은행의 ‘신사업’을 6년 동안 담당하고 있는 박 부장은 ‘전통적인 은행’이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상품개발부, 채널기획부 등을 거치면서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고객이 갑자기 늘었을 때는 창구에서 오래 기다리는 고객 불편을 덜어주려고 ‘전자통장’을 고안해 냈다. 캄보디아 현지법인 고객을 위한 ‘리브KB 캄보디아’ 앱은 ‘히트’를 쳤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구가 150만명이고 은행계좌 보유자가 30~50만명인데 국민은행 앱 사용자가 1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박 부장은 “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1번이기 때문에 은행원 스스로 ‘이런 게 뭐가 도움될까’ 생각하며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게 많았고 은행이 고객에게 다가서지 못한 이유였다”며 “샌드박스 1호 ‘리브M’이 은행의 부수업무가 아닌 영속업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그는 “산업적으로도 첫 시도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