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쓰기, 남의 생각 훔치는 일이죠"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2.05 16:32
글자크기

[제15회 u클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글짓기 부문 초등부 대상 대구신월초 김태은

'제15회 u클린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에서 글짓기 부문 초등부 대상을 차지한 대구신월초 김태은양. /사진=김휘선 기자.'제15회 u클린 초중고 글짓기·포스터 공모전'에서 글짓기 부문 초등부 대상을 차지한 대구신월초 김태은양. /사진=김휘선 기자.


"글을 쓰면서 저작권 침해가 큰 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글짓기 부문 초등부 대상(방송통신위원장상)을 수상한 김태은(사진·대구신월초등학교)양은 글짓기 대회에 블로그 게시물을 베껴 올린 글로 대상을 수상한 이야기를 다뤘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표절의 유혹에 휩싸이고, 잘못을 깨달아 뉘우치는 내용을 실감나게 풀어냈다.

김양은 "글을 쓰기 위해 수상작들을 둘러보다가 베껴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생각을 참고해서 실제로 베껴 썼을 때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공모전 글을 쓰면서 저작권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김양의 글에서 주인공은 블로그 게시물을 베껴 글짓기 대회에 공모해 대상을 차지한다. 대상 수상을 계기로 평소 원했던 방송부 기자단에 들어갈 기회도 얻는다. 하지만 글을 베껴 쓴 사실이 이내 발각된다. 어머니,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쓰는 일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한다.

김양은 "평소 글쓰기를 많이 하고 좋아하는데 상을 받으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며 "쓴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빅데이터 시대! 베껴 써도 될까?

수많은 정보들로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아주 평범한 5학년 초등학생 김태은이다. 오늘도 학교숙제와 학원숙제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순식간에 해치웠다. 지금은 학교 방송부 오디션에 필요한 자격을 얻기 위해 ○○○글짓기 대회에 신청할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다. 난 마땅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데굴데굴 연필만 굴려대고 있다. ‘띠링.’ 그 때, 내가 글을 자주 올리는 글쓰기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왔다. 내가 좋아하는 Lemon님께서 올린 글이었다.


‘작년 □□□ 글짓기대회 수상작?’

나는 글을 끝까지 읽어보았다.

‘역시 Lemon님이야. □□□ 글쓰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경쟁률이 엄청 높았을 텐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이 글을 베껴서 쓰면? 어차피 Lemon님이 신청했던 대회랑 지금 내가 신청할 대회도 다르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 글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잘 모를 거야! 좋았어! 후후.’

나는 엄청난 속도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타자를 치는 동안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저작권이란 단어도 가끔 생각이 났다. 저작권 침해에 관한 글을 베끼려니 좀 찜찜했지만 글을 다 베끼자 좀 뿌듯했다. 나는 제출 버튼에 마우스를 대고 몇 초 동안 망설였다.

‘그냥 내가 다시 쓸까?’

하지만 고민은 아주 잠깐이었다. 나는 그냥 눈을 꼭 감고 제출 버튼을 눌렀다.

‘설마…, 설마 높은 상을 받겠어? 대충 아무 상장만 받으면 목표는 달성하는 거니까.’

나중에 상장받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겼다. 상장은 따로 쓸 데가 있으니까.

한 달 후. 오늘은 누리집에서 수상작 명단을 발표하는 날이다. 난 결과를 쓱 훑어보았다.

‘대상이…, 김태은? 헉! 대상이 나라고? 다른 상도 아니고 대상이라고?’

난 기뻤지만 한편으론 찝찝했다. 과연 다른 사람의 글로 대상을 받는 것이 잘한 일인지 걱정도 되었다. 그 때 엄마가 내방으로 들어왔다. 표정을 살펴보니 엄마도 내심 결과를 궁금해 하셨던 모양이다.

“어머, 태은아! 대상이라니! 어머머, 엄마 친구들한테도 자랑해야겠다. 호호.”
“뭘요, 하하.”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동안 가졌던 죄책감은 싹 사라졌다. 나는 학교에서도 많은 칭찬을 받았고,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에는 존경심이 잔뜩 우러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태은아, 혹시 학교 방송부 기자단 오디션에 도전해보지 않겠니?”

우리 학교 방송부는 모든 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기삿거리를 찾고 직접 기사까지 작성하는 기자단은 상위 1%에 들어야만 가능하다고 소문날 정도이기에 나 역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글쓰기 대회에 입상한 경력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런데 이번 글쓰기 대회에 대상을 받으면서 별다른 노력 없이 선생님의 눈에 들게 되었고 나도 내가 원하던 것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어 그 순간만큼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정당당하게 승리한 내가 아니었기에 슬슬 걱정이 되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누가 알게 될까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 뒤에 나에게 쏟아질 비난, 실망, 창피함 그리고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들을 상상하니 무섭기까지 했다.

“선생님~ 조금만 생각해보고 결정할게요.”
“난 네가 당연히 좋아하며 ‘오케이’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순간 의아해하며 다음 주까지 결정해서 이야기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러겠다고 말씀드리고 집에 와서 내방에 혼자 틀어박혀 고민했다. 어느 방송에서 들었던 노랫말처럼 기쁜 게 기쁜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때 누군가 내 방 쪽으로 급하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따라서 내 심장소리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엄마는 지금까지 내가 본 적이 없는 무서운 표정으로 최근 며칠 동안 내가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김태은! 이거 뭐야!”
“뭐, 뭐가?”
“엄마가 거짓말 싫어하는 거 알지? 사실대로 말해! 어디서 베꼈어? 이거 어디서 베꼈냐고!”
“사, 사실… 다른 블로그에서….”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동안 마음 졸이며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난 후,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시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서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치는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야. 누구든지 실수나 잘못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빨리 인정하지 않아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단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면서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더 훌륭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어.”

나는 엄마 품에서 펑펑 울었다. 이렇게 쉽게 밝혀질 줄은 몰랐다. 또,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엄마는 내가 저작권에 대해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셨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쓰는 일이 별일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과 그 뒤에 나 스스로 들킬까 걱정되고, 그래서 혼자 있고 싶었고, 불안해하며 보낸 나의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며 진심을 담아 반성문을 올렸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반성문도 검색해서 베낄까 생각하다가 웃으며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 뒤에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내가 대상을 받은 것은 당연히 없던 일이 되었다.

다음 날, 학교로 가는 길은 무섭고 평소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사실대로 이야기하자고 다짐하며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지면서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학교에 도착하자 담임 선생님께서 나를 상담실로 부르셨다.

‘아, 드디어 혼나는구나! 선생님도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상담실로 들어간 나는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태은아, 네가 반성문을 썼더구나. 그 글을 보고 다른 선생님과 상의를 했는데, 잘못은 했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단다. 혹시 그 일에 대해 솔직한 마음으로 기사를 써보지 않을래? 분명 너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거야. 아니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있는 친구들도 많이 있을 거구.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네? 하지만 저는…”
“태은이만 좋다면 괜찮아. 부모님과 상의해보고 내일 선생님에게 알려 주렴.”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저작권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은 나와 같은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악성댓글, 사이버폭력, 게임중독,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고 다음날 선생님에게 나의 생각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좋은 생각이라 말씀하시며 다른 기자단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셨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