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4등급 받고 좌절했던 소년…0.003%수능 만점자로 역전하다

뉴스1 제공 2019.12.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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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용인외대부고 만점자 노○○군…5과목 모든 문제 맞혀
현재 수능 만점자 15명 중 13명 확인…외대부고만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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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고교 첫 내신에서 4등급대를 받아 좌절했던 소년이 불굴의 의지로 역전을 이뤄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48만4743명 중 15명(0.003%)만 영예를 안은 만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등학교(외대부고) 3학년 노○○군(18)은 4일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수능 국어에서 1문제의 정답 여부가 확실치 않아 만점을 못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다행히 쉬운 문제여서 기대를 하긴 했는데 실제로 답을 맞혀 최종적으로 만점을 받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그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수능 만점자는 국어·수학·탐구(2개 영역)에서 모든 문제를 맞히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에서 1등급(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을 말한다. 노군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90점만 받아도 1등급을 받는 영어까지도 모든 문제를 맞혔다. 한국사는 2문제 틀렸지만 1등급을 넘었다.

노군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최상위권은 아니었다. 그는 "공부를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학교(외대부고) 친구들처럼 중학교 때 전교 20등안에 드는 우등생은 아니었다"며 "고교나 입시, 공부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선배의 추천이 변곡점이었다. 노군은 "부모님의 소개로 외대부고 선배를 만나 설명을 듣다보니 학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며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예체능 활동 등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련부터 찾아왔다. 노군은 "고교 첫 내신 때 내신 4등급대를 받았다. 재능있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느꼈다. 혼란이 컸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좌절은 없었다. 노군은 "한편으로는 현재 입시 시스템에서는 내신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 계기이기도 했다"며 "(좌절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동기도 생겼다. 내신 등급 올리기 목표를 세웠다. 자식을 위해 높은 등록금 부담도 마다 않는 부모님의 얼굴도 아른거렸다. 노군은 자신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소개했다.

노군은 기어코 고3 1학기 때까지 내신 등급을 3등급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그동안의 외대부고 출신들의 대입성과를 감안하면 내신 3등급 초반일 경우 최상위권 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노군은 "이번 수시에서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서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수능 공부에 매진했던 건 지망학과 때문이었다. 노군은 "(문과 최상위권 학과인) 경제학과나 경영학과를 지망하는데 현실적으로 현재 내신성적을 가지고 수시를 통해 지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수능을 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능 공부는 취약 과목에 초점을 맞췄다. 노군은 "고3 기간 동안 다소 자신이 없었던 국어 학습을 전체 시간의 60~70%정도 할애했던 거 같다"며 "또 매일 비문학 지문과 문학 지문을 3개씩 보고 그에 딸린 문항을 풀었다. 이와 함께 문법도 10문제는 반드시 해결했다"고 말했다.

노군이 수험기간 동안 푼 국어 문제집은 15권가량 된다. 모의고사 문제집도 20권 정도 풀었다고 했다. 노군은 "그렇게 하다 보니 국어 공부가 일상이 됐다. 그러면서 (잘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고 했다.

다른 과목 학습법에 대해서는 "수학은 원래 자신이 있었고 영어는 절대평가여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며 "사회탐구의 경우에는 학교수업과 인터넷강의 등을 열심히 들었다. 내신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일반적인 대답을 내놨다.

노군은 이번 정시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또는 경영학과를 지망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경제·경영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교내 활동도 해당 분야 위주로 해왔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꿈을 정한 건 아니다. 경제계에 종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며 웃었다.

예비 수험생들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도 남겼다. "남이 하라는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래야 동기가 생긴다. 자기중심도 잡힌다. 물론 자신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은 게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최선은 맞다. 후회도 없다."

한편 올해 수능 만점자는 15명이다. 재학생은 13명, 졸업생 2명이다. 계열별로 보면 11명, 자연계열 4명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만점자는 총 13명이다. 외대부고에서는 노군을 포함해 무려 3명의 재학생 만점자를 배출했다. 김해외고·늘푸른고·서문여고·와부고·잠실고·청심국제고·하나고·한영외고·공주사대부고에서도 1명씩 재학생 만점자를 배출했다. 대구 경북고 출신 재수생도 만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나머지 2명(재학생 1명, 졸업생 1명)의 만점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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