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회에 소녀상 세우자"는 변호사의 이유[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1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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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장, /사진=우쓰노미야 겐지 홈페이지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장, /사진=우쓰노미야 겐지 홈페이지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日언론 인터뷰
이달 중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최악의 상태입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게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한 유명 변호사는 최근 한 일본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런 일본정부의 생각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대담하다 싶은 해답도 내놓았습니다.



우쓰노미야 겐지. 대출로 고통받던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연 79%(1983년 기준)이던 대출 최고금리를 2010년 연 20%로 낮추는 데 기여한 변호사로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도 여러 활동을 해왔습니다.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이었던 지난 2010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일본이 법안을 만들고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두 협회 공동선언도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9월에도 서울에서 열린 '한일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 문제 관련해 일본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일본대법원 배상 권고… 日기업들 中피해자에 배상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일본 경제매체 '비즈니스저널'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본질을 "인권침해"라고 단언하고, 해답으로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이유로는 지난해 한국 대법원에서 패소한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노동자들에게 △감전 위험이 있는 곳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 지급을 하지 않은 것 △음식이 부실하고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던 점 등을 꼽았습니다.

1970년 12월 7일(현지시간) 빌리 브란트 당시 독일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유태인 강제거주지)의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사진=AFP1970년 12월 7일(현지시간) 빌리 브란트 당시 독일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유태인 강제거주지)의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사진=AFP
일본정부가 배상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본기업이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합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니시마쓰건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972년 중일 공동성명을 근거로 "재판상 청구권이 없다"고 판결합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매우 큰 고통을 받았고 업체가 이익을 봤기 때문에 "구제 노력을 기대한다"고 배상을 권고했습니다. 법적으로 강제할 기반은 없지만 피해가 있는 건 맞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인 배상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 판결 이후 니시마츠건설은 2009년과 2010년 중국인 강제노동자들에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책임 인정 및 사죄 표시를 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인 미쓰비시머티리얼도 2016년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배상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겠다"는 반성의 말까지 했습니다.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이처럼 기업의 자발적인 배상은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 이것이 방해받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역대 가장 우익적인" 아베 정부의 눈치가 보여서 일본기업들이 배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일서 배워라…"일본국회 등에 소녀상·강제징용자 동상을"
그는 해법으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이 독일의 노력을 배우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치 독일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0년 독일 정부·기업이 나서서 '기억·책임·미래' 기금을 만든 것처럼 일본도 기금을 만들어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뒤 세대 교육도 강조합니다. 같은 잘못의 반복을 막는 일입니다. 특히 그는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 동상을 일본국회 등 앞에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옛터 앞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16차 정기수요시위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강제징용 배상안('1+1+α'안)을 비판했습니다.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에 국민성금을 더하는 안입니다. 독일의 사례와 달리 피해자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데다가, 일본의 반성·사죄의 태도는 담기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기념행사에는 독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독일의 역사적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나는 우리의 지속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면서 과거 폴란드 침공에 대해 재차 사과했습니다.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지난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식환영식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8초간 악수한 뒤 지나가는 모습. /사진=AFP지난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식환영식 때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8초간 악수한 뒤 지나가는 모습.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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