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성패 좌우하는 '영업비밀'…지키고 막는 방법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12.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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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국내외 치열한 전쟁중인 TV·배터리 등 최신 기술…"유출 막아야 산다"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아키바점에서 소비자들이 LG전자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아키바점에서 소비자들이 LG전자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지난 8월 말 대법원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가 퇴사 후 아몰레드(AMOLED) 등 기술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지었다.

A씨는 2년간 취업제한으로 LG로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LG와 컨설팅 계약을 맺어 삼성에서 취득한 자료를 전달했다. 법원은 "영업비밀 보호서약을 했으면서도 중요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퇴사 후 문건을 만들어 LG에 전달했다"며 "유출된 자료는 핵심은 아니고 LG 설비 제작에 직접 활용될 정도도 아니지만 삼성이 업계 최초 출시를 목표로 한 올레드 패널 관련으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기술정보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LG디스플레이도 동시에 기소했지만 법원은 취득 자료를 제품개발에 활용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이 판결 외에도 TV와 배터리 등 최신기술 유출사건으로 꽤 많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등으로 기술을 유출하거나 이직한 전 대기업 연구원들이 다수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는 "영업비밀침해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회사가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회사는 먼저 △ 영업비밀 등급 부여·분류 △ 영업비밀 관리용기·보관장소 지정 △ 관리기록부 비치·활용 △ 출입자 통제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입장에선 직원이 영업비밀에 대한 '보호의식'을 갖고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채용 시점부터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영업비밀 준수서약서'와 '전직·퇴직시 사용·공개 및 경업(競業)금지 서약서'가 필요하게 된다.

근로계약 체결시 별도의 '경업금지'나 '영업비밀보호' 약정을 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퇴사시 관리도 중요하다. 재직 중 관리하던 영업비밀 관련 정보를 반납받고, 퇴직 전후 영업비밀 유출시 불이익에 대한 고지가 필요하다.

법전문가들은 이직 근로자에 의해 영업비밀이 새 나가는 걸 막으려는 회사는 미리 근로계약을 통해 당연히 근로자의 경업금지·전직금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약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근로계약 종료 후라도 명시적 약정이 있으면 그 계약이 유효한 범위 내에서는 경업금지 의무가 인정된다.


다만 명시적으로 근로자의 경업금지· 전직금지 의무를 정해놓지 않았어도, '영업비밀침해 예방청구권'으로써 경업금지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견해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구체적인 전직금지약정이 없다고 해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의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및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 중의 한 가지로 그 근로자로 하여금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근로계약 종료 후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금지청구 또는 예방청구권의 내용으로서 경업금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퇴사자가 이직한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과정에서 전 사용자의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일정 기간 경쟁회사로 이직하는 행위나 동종업종 회사를 창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서는 영업비밀 공개 및 사용 금지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의준 변호사(머니백 대표)는 "이미 영업비밀침해를 당했다면 더 침해행위를 하지 말라는 '비밀유지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영업비밀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비밀유지명령'은 소송에서 제출된 증거나 소송 자료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알게 된 상대방 당사자 등에게 소송 목적을 넘어 영업비밀을 이용하거나 유출하지 말 것을 명할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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