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아키바점에서 소비자들이 LG전자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이정혁 기자
A씨는 2년간 취업제한으로 LG로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LG와 컨설팅 계약을 맺어 삼성에서 취득한 자료를 전달했다. 법원은 "영업비밀 보호서약을 했으면서도 중요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퇴사 후 문건을 만들어 LG에 전달했다"며 "유출된 자료는 핵심은 아니고 LG 설비 제작에 직접 활용될 정도도 아니지만 삼성이 업계 최초 출시를 목표로 한 올레드 패널 관련으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기술정보였다"고 판단했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는 "영업비밀침해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회사가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회사는 먼저 △ 영업비밀 등급 부여·분류 △ 영업비밀 관리용기·보관장소 지정 △ 관리기록부 비치·활용 △ 출입자 통제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계약 체결시 별도의 '경업금지'나 '영업비밀보호' 약정을 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퇴사시 관리도 중요하다. 재직 중 관리하던 영업비밀 관련 정보를 반납받고, 퇴직 전후 영업비밀 유출시 불이익에 대한 고지가 필요하다.
법전문가들은 이직 근로자에 의해 영업비밀이 새 나가는 걸 막으려는 회사는 미리 근로계약을 통해 당연히 근로자의 경업금지·전직금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약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근로계약 종료 후라도 명시적 약정이 있으면 그 계약이 유효한 범위 내에서는 경업금지 의무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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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명시적으로 근로자의 경업금지· 전직금지 의무를 정해놓지 않았어도, '영업비밀침해 예방청구권'으로써 경업금지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견해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구체적인 전직금지약정이 없다고 해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의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및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 중의 한 가지로 그 근로자로 하여금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근로계약 종료 후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금지청구 또는 예방청구권의 내용으로서 경업금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퇴사자가 이직한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과정에서 전 사용자의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일정 기간 경쟁회사로 이직하는 행위나 동종업종 회사를 창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서는 영업비밀 공개 및 사용 금지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의준 변호사(머니백 대표)는 "이미 영업비밀침해를 당했다면 더 침해행위를 하지 말라는 '비밀유지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영업비밀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비밀유지명령'은 소송에서 제출된 증거나 소송 자료에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는 경우, 법원이 이를 알게 된 상대방 당사자 등에게 소송 목적을 넘어 영업비밀을 이용하거나 유출하지 말 것을 명할 수 있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