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亞 'IT연합군' 탄생을 응원하며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2.0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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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비스엔 생산국을 알리는 'Made in' 마크가 없다. 인터넷 시장엔 국경이 없고 소비자들이 국적이 아닌 서비스 품질에 반응해서다. 중국처럼 강력한 통제 체계를 갖추지 않고선 인터넷 쇄국정책을 펼칠 수 없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중 IT 공룡들이 검색, 전자상거래, SNS, 동영상 등 대부분 영역을 차지한 이유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세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시장에서도 미·중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최근 IT 업계를 뒤흔든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결정은 양강 체제에 맞서겠단 의지 표명이다. 일본 최대 모바일메신저와 포털이지만 각자도생 방식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담겼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검색, 간편결제 등 영역에서 소모적 경쟁을 펼쳐왔다. 일본 시장에 국한된 투자라는 한계도 있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은 과거 틀에서 벗어나 더 큰 미래를 모색하자는 합의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양국 경제교류가 얼어붙은 시기인데도 결단을 내렸다.



실제 경영통합까지는 지난한 절차가 남았다. 네이버의 라인 주식 매입 및 상장폐지, 일본 공정거래당국의 독점금지법 심사,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 경영체제와 조직문화 재정비도 필요하다. 두 회사는 내년 10월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합치면 검색, 모바일메신저, 전자상거래, 간편결제 등을 아우르는 일본 최대 온라인 플랫폼이 된다. 사용자 규모가 1억명에 달한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아우르는 아시아 IT 연합군이 출범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경영통합 결정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에서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서 급성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미·중 IT 공룡들과 정면대결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빅딜이 IT 역사에 새로운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 혁신적 선례로 남아 제 2, 3의 아시아 IT 연합군이 탄생하길 바란다.



[기자수첩]亞 'IT연합군' 탄생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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