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힘드셨죠? 대변으로 대장암 찾는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12.05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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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 "18년 연구 끝에 개발…정확도 90.2%, 가격경쟁력도 강점"

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사진=지노믹트리안성환 지노믹트리 대표/사진=지노믹트리


대장암은 1기 생존율이 90%에 이르는 암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장내시경 수검률은 45.4%에 불과하다. 장 정결제를 복용해야 하는 등 번거로워 사람들이 대장내시경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안성환 지노믹트리 (21,150원 ▼350 -1.63%) 대표는 이런 문제를 파고들어 대장암 보조진단키트 '얼리텍'을 개발했다. 집이나 병원에서 대변 일부만 얼리텍에 넣고 병원에 갖다 주면 8시간 후 검사 결과가 나온다. 검사를 위해 금식을 하거나 특수 약물 등을 먹지 않아도 된다. 얼리텍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받고, 의사가 대장암을 확진한다.

안 대표는 "지난 9월 국내 출시한 이후 시장 반응이 좋다"며 "정확도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시장까지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지노믹트리는 질병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와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업체다. 안 대표는 약 18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얼리텍을 개발했다. 대변 속에 섞여 나온 용종, 암세포의 DNA를 분석해 대장암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정확도는 90.2%에 이른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얼리텍의 국내 판매 허가를 획득하고, 올해 9월 제품을 출시했다. 검진센터, 동네병원 등이 주요 고객이다. 출시 두 달 만에 600곳이 넘는 병원들이 얼리텍을 채택했다. 지노믹트리는 얼리텍 채택 기관을 올해 800곳, 내년 1500곳, 2021년 3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안 대표는 "얼리텍은 그동안 없던 검사이자 새로운 시장"이라며 "TV 광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얼리텍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얼리텍 검사는 비급여 항목으로 비용은 18만~20만원이다.


지노믹트리는 국내에서의 검증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미국 현지법인인 프로미스 다이애그노스틱스를 설립했다. 미국의 경우 비용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 만큼 공략할 지점이 더 많다. 미국에는 경쟁사인 이그젝트 사이언스가 있지만, 안 대표는 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이그젝트 사이언스가 이미 대장내시경 전 검사 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얼리텍의 필요성을 알리는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격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그젝트 사이언스의 제품은 얼리텍과 달리 대변 전체를 분석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26시간이 걸린다. 가격은 650달러(약 78만원)다. 미국은 사보험 시장인 만큼 보험회사들이 가격이 더 저렴한 얼리텍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지노믹트리는 얼리텍 외에도 방광암, 폐암 등을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와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폐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방광암 임상은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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