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오리온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 생수 3위권 진입을 목표한다고 밝히면서 물 전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이 약속을 믿고 사업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리온의 말은 다르다. 처음부터 국내외 판매 계획을 밝혔다는 것.
제주도의 강력 대응 이면엔 제주삼다수의 아성이 제주용암수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협감이 가장 크다. 삼다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생수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40%대의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 등 대기업 생수들이 이를 맹렬히 쫓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유통망과 자본을 갖춘 오리온이 심지어 '제주' 이미지를 나눠 가지고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삼다수의 점유율을 지키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주도가 처음부터 물 사업에 대한 명확한 사업 계획을 확인하지 않고 허가를 내줬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2년간 아무 제재가 없다 이제 판매를 시작한 기업에 갑자기 용수 공급 중단 얘기까지 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삼다수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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