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주 물 전쟁, 삼다수가 움찔했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12.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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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물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건 2년 전이다. 2016년 용암해수 사업권을 가진 제주용암수를 자회사로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4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글로벌 음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까진 큰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대기업이 제주 공공재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없진 않았지만, 오리온은 도민 채용을 늘리고 영업이익 일부를 제주에 환원하겠다며 상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오리온이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격 해외 진출에 앞서 국내 생수 3위권 진입을 목표한다고 밝히면서 물 전쟁이 시작됐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 판매는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이 약속을 믿고 사업허가를 내주고 취수량도 늘려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리온의 말은 다르다. 처음부터 국내외 판매 계획을 밝혔다는 것.



문제는 제주도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국내 판매 불가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물증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부랴부랴 국내 판매 강행시 용수 공급을 중단해 버리겠다는 초강경책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 강력 대응 이면엔 제주삼다수의 아성이 제주용암수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협감이 가장 크다. 삼다수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생수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40%대의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 등 대기업 생수들이 이를 맹렬히 쫓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유통망과 자본을 갖춘 오리온이 심지어 '제주' 이미지를 나눠 가지고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삼다수의 점유율을 지키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주도가 처음부터 물 사업에 대한 명확한 사업 계획을 확인하지 않고 허가를 내줬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2년간 아무 제재가 없다 이제 판매를 시작한 기업에 갑자기 용수 공급 중단 얘기까지 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삼다수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사진제공=외부사진사진제공=외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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