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도피 LG방계 구본현, 주가조작 인정" 증언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정경훈 기자 2019.12.04 11:44
글자크기

금감원 A씨 증언, 당시 경영진들도 "구씨가 최종 결정" 주장...인터폴 적색수배한 구씨 행방 오리무중

구본현씨 /사진=머니투데이DB구본현씨 /사진=머니투데이DB


주가조작과 횡령혐의 수사 중 해외로 도주한 범LG가(家) 구본현씨(51)가 금융당국 조사 당시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씨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아들이다.

구씨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 공범들은 주가조작 몸통으로 구씨를 지목했지만 그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직원 A씨는 전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공범들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구씨 등이 무자본 인수한 무선데이터 통신단말기 제조업체 모다의 전 부회장 최씨, 전 부회장 이모씨, 전 대표이사 김모씨 등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다뤘다.



증인으로 출석한 금감원 직원 A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 앞서 구씨와 공범들을 직접 조사했다.

A씨는 "모다 부회장 최씨가 브레인 역할을 해 계획서를 올리면 회장인 구씨가 최종인가하는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최씨도 회사가 잘못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했고 구씨와 상의해 일을 벌였으나 자신이 최종결정권자는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A씨는 구씨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A씨는 "구씨가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구씨가 본인 책임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최씨는 자금 조달 등을 기획했고 이씨는 자금을 출납하는 등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은 공범들에도 범행 책임이 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으나 공범 측은 구씨에게 범행 책임 대부분을 돌렸다. 모다 전 부회장 최씨 측 변호인은 A씨에게 "구씨가 최씨에게 다 하자고 한 것 아니냐, 조사 당시 최씨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밝혀진 게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최씨가 M&A(인수합병) 전문가였기 때문에 구씨가 그에게 믿고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구씨가 결정권을 다 가지고 있지 않았냐"는 변호인 질문에 A씨는 "상의해 벌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수사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구씨의 소재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구씨는 금융당국 조사를 받던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은 올해 5월 최씨 등 공범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구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검찰 측은 여전히 구씨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구씨와 공범들은 2016년 코스닥 상장사인 파티게임즈와 모회사인 모다를 무자본 인수한 뒤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다. 또 회삿돈 22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