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초대 회장 허창수, 전경련 이끌다 속 다탔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12.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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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 4번 연임했지만 후임 인선 난항…"민간 경제외교단체, 싱크탱크로 탈바꿈시키겠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올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8회 정기총회에서 회장 연임 확정 뒤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올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8회 정기총회에서 회장 연임 확정 뒤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일 GS그룹 회장직에서 내려온 허창수 회장(71)은 내년부터는 GS그룹 명예회장과 GS건설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한다. 전경련 회장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GS 이사회 의장 자리도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에게 물려준다.

◇전경련 회장 4번 연임…전경련 위상추락에 후임 인선 '난항'=허창수 회장은 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3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4번이나 연임해 9년째 전경련을 이끌고 있다. 허 회장은 뚜렷한 차기 회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경련 회장직까지 내려놓을 경우 전경련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허 회장은 2011년 첫 전경련 회장 취임 당시에도 반년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비상체제로 운영되던 전경련을 위해 나서서 궂은 일을 맡기로 했었다.

올해 2월 4번째 연임 때도 재계 '맏형'으로서 어려움에 처한 전경련을 외면하지 못해서 GS그룹 내부를 비롯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허 회장은 외교적 긴장이 형성되거나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될 때 재계 회의를 성사시키고 미국 의회에 촉구서한을 보내는 등 전경련을 통해 민간 외교전을 펼쳤다.

허 회장이 임기를 마무리하면 총 10년 동안 전경련 회장직을 맡은 고 김용완 경방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역대 최장수 회장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정경유착의 통로로 지목돼 해체 위기까지 몰렸다가 현 정부 들어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부 행사에서 잇따라 제외됐다.


허 회장의 후임 인선이 난항을 겪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돼 있다.

허 회장은 올 초 4번째 연임 취임사에서 "전경련이 2017년 혁신안을 발표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며 "앞으로 국민들과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남은 임기에 전경련이 민간 경제외교단체와 싱크탱크로서 탈바꿈하도록 전력을 쏟는다는 각오다.

그는 평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007년 1월 남촌재단 창립 이사회 자리에서 매년 GS건설 주식 등 사재를 출연해 재단 규모를 500억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하고 꾸준히 총 75만6160주, 약 443억원 규모의 GS건설 주식을 기부했다.

◇허씨 가문 대표로 글로벌 GS 토대 마련해=허창수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에회장의 장남이다. 허태수 신임 GS 회장은 5남이다.

1948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으며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LG상사, LG화학 등 계열사에서 인사, 기획, 해외 영업·관리 업무 등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고 LG전선 회장과 LG건설(현 GS건설) 회장을 역임했다.

앞으로 드러나지 않게 충실히 맡은 바 일하면서 2004년 LG-GS 계열분리 이후 고 구본무 회장과 함께 원만하게 동업체제를 유지하고, GS그룹 초대 회장으로서 15년간 GS가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

지난 2일 허창수 회장은 GS가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빠른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혁신(DT, 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 과감하게 용퇴를 발표했다.

GS그룹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GS가 변화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고 적임자로 GS홈쇼핑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허태수 회장을 지목했다"며 "주주들과 사장단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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