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연타에 주저앉은 증시…연내 무역합의 무산?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2.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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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 "미중 무역협상 시한 없어, 내년 대선까지 미룰 수도"…전문가 "중국 양보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날린 3연타에 사흘 연속 주저앉았다.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 서명으로 중국을 자극한 데 이어 브라질·아르헨티나에 관세폭탄을 던지더니 이번엔 미중 무역합의를 내년 대선 이후까지 미룰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은 연내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았다.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3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0.23포인트(1.01%) 떨어진 2만7502.8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0.67포인트(0.66%) 하락한 3093.20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7.34포인트(0.55%) 내린 8520.64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데드라인'(시한)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없다. 난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어떤 면에서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당신이 진실을 원한다면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재선 여부를 가를 내년 11월 미 대선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은 지금 합의를 하고 싶어하고, 우리는 그 거래가 옳을지 그렇지 않을지 볼 것"이라며 "이 협상은 내가 타결을 원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BMO캐피탈증권의 이안 린젠 금리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2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표면적 의미 그대로 무역전쟁이 반영구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뜻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는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술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MUFG의 크리스 럽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도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지만 대부분 협상 전술이었다"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을 앞두고 주식시장을 무너뜨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도 대중국 압박에 나섰다. 로스 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중 무역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오는 15일 대중국 추가 관세를 계획대로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156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로스 장관은 "만약 우리가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계속 부과하는 것에 완전히 행복할 것"이라며 "그래서 그는 어느 쪽으로든 우리가 꽤 좋은 입장에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언제나 옳은 거래를 하는 것"이라며 "그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 10월11일 미국 워싱턴 협상에서 1단계 무역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진 못했다. 양국은 당초 11월 중 서명을 추진했지만 실무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타결이 미뤄지고 있다.

중국은 기존 추가관세 철회를 1단계 무역합의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이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세 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부터 미국으로 보내지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즉시 복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2018년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한국,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관세를 면제받아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말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내용의 홍콩인권법에 서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확고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뒤 실제로 2일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을 금지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에단 해리스 리서치본부장은 "만약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다면 주식시장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은 협상이 거의 다 완료됐다고 본다. 우리가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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