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 상상 이상의 짐... 결국 눈물 보인 권순찬과 김학민 [★현장]

스타뉴스 의정부=한동훈 기자 2019.12.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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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 감독과 김학민이 3일 12연패를 끊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권순찬 감독과 김학민이 3일 12연패를 끊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기나긴 연패의 터널을 뚫고 나왔다. 권순찬 감독과 주장 김학민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KB는 3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남자부 3라운드서 OK저축은행을 제물 삼아 12연패를 끊었다.

경기 직후 권순찬(44) 감독은 남몰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쳤다. 김학민(36)은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먹였다.



49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KB는 10월 15일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출발만 좋았다. 2라운드 전패를 당하는 등 12연패에 빠졌다. 팀 창단 최다연패이자 V리그 남자부 역대 공동 8위에 해당하는 수모였다.

권순찬 감독은 자진사퇴까지 결심했다. 구단이 반려하며 반전 계기가 찾아왔다. 권순찬 감독은 연패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웃었다.



권 감독은 "사장님께서 지도자 이제 안 할거냐고 물으셨다.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 여기서 하지 왜 다른 곳에 가서 하려고 하느냐고 하셨다. 그 한 마디에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돌아봤다.

여기서 관두면 도망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권 감독은 "나라도 사퇴를 해야 팀이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면서 "사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패배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성을 정말 많이 했다"고 후회했다.

이날 22점을 몰아치며 승리에 앞장선 김학민도 권 감독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실에 입장한 김학민은 처음에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김학민은 "감독님이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을 것이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선수 편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도 우리가 편하게 즐겁게 경기하면서 이렇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학민도 권 감독이 승리 직후 선수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다며 고개를 숙인 장면을 떠올리며 목이 메었다. 권 감독은 "선수들도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 내가 모질게 대했다. 왜 안 하느냐 야단도 쳤다. 조금 더 믿음을 가졌으면 어땠을까"라며 자책했다. 김학민은 "감독님께서 자신이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하셨다. 정말 죄송하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권 감독은 "사실 연패에 빠지면 뭘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에 빠진다. 이번 승리로 인해 이제 우리도 된다고 선수들이 생각하지 않겠나. 조금 더 움직임이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학민은 "우리가 계속 사이드 블로킹이 부족했는데 잘 돼가고 있다. 마음도 이제 무거운 걸 내려놓고 한다면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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