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오니 한한령 해제 '모락모락'…中 관련주 '들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1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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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상승세 기대하는 것은 무리, 업종·종목별 분석 선행돼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4일 방한하면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중국내 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수요의 영향이 큰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조언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왕 위원은 오는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 오는 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16년 불거진 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특히 한한령 해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한한령 이후 한국 방송프로그램의 중국 방영 중단, 중국 단체 관광객 급감 등으로 중국 수요 영향이 큰 종목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왕 위원의 방한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5일 이후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일 화장품 관련 종목들이 3∼5% 상승세를 보였다. 저비용항공사(LCC) 관련 종목들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 밖에 식음료, 게임, 콘텐츠 관련 종목들도 한한령 해제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서 관련 종목들이 무조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한한령 해소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져 온 만큼 관련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중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10월까지 5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늘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한령 해제 이후의 실적 전망 등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각 종목별 투자 계획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해제 이후 화장품 종목 전망에 대해 "관광객들의 수요가 컸던 일부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에는 긍정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ODM(제조사개발생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ODM은 관광객보다 중국 매스(대중)시장 부진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콘텐츠 업종에서도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게임의 경우 중국 게임 개발사들의 개발력이 국내 게임사들 수준까지 성장해 경쟁이 치열해져 경쟁력을 갖춘 일부 대형사들만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적인 예로 구글 플레이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던 '라이즈오브 킹덤즈', '랑그릿사' 등은 모두 중국 게임이다.

콘텐츠 업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중국 내 외국 콘텐츠 방영 시간은 중국 콘텐츠 방영 시간의 30% 이내로 규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형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일부 종목들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아직 한한령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 소비주는 자주 막연한 기대감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며 "이번에도 단기적인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종목들에 투자할 때 한한령 해제의 영향이 실제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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