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佛… 또 관세 들쑤신 트럼프, '속 보이는' 시점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12.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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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아르헨에 '깜짝' 철강 관세…같은날 프랑스·중국도 압박… 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무역전쟁에 불을 붙였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그동안 관세 면제혜택을 받던 남미 2강은 모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택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확실하다.



왜 지금 남미에 관세를 던졌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들 통화의 엄청난 평가절하를 주도해왔다. 이는 우리 농민들에게 좋지 않다"며 "따라서 이들 나라로부터 미국으로 보내지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하겠다. 즉시 효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환율조작이 지난해 8월부터 한국과 남미 양국 등에 부여하던 철강 관세 면제를 취소한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실제로 지난달 26일 브라질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헤알화는 화폐가치가 9%,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37% 급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전문가들을 인용해 경제 위기를 겪는 양국이 환율조작이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한다. 미 재무부가 여태껏 양국을 환율조작국 리스트에 올린 적이 없는 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최근 몇 달간 자국 화폐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팔기도 했다는 게 이유다. 환율조작국은 달러를 사들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에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아 정확한 관세 부과 이유에 대해 외신들은 각종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가 얻은 것 '산업 보호+중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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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발표로 중국과 무역분쟁에서 압박 카드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국 산업 보호 두 가지를 얻게 됐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결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NYT와 CBS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을 관세부과 대상으로 콕 집은 이유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낮은 환율을 무기로, 미국에는 중국산 농산물을 대체해 수출을 늘리고 있고, 반대로 중국에는 미국산 농산물을 대체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 관세를 통해 양국의 중국 농산물 수출 제한 압박을 가해 미국 농업의 숨통을 틔워주고, 덩달아 중국에는 미중 무역협상 압박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 하나로 10배 이상의 이득을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올해 1~10월 수입한 브라질 철강 규모는 22억달러가량인데, 브라질이 중국에 수출하는 대두와 돼지고기 등 농산물 규모는 25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4개월째 위축 국면에 진입한 것에 주목했다. 이날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1월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8.1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하는데 4개월 연속 50을 하회했다.

FT는 이 때문에 철강업 등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카드로 철강 관세 카드를 꺼낸 것으로 봤다. US스틸 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철강관세에도 올초 200여명을 감원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제 이날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US스틸 주가는 4.2%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 1년간 주가는 41%나 급락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그니처 정책'인 철강 관세를 꺼내들었다"면서 "미중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잃은 것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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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발표로 시장과 무역협상에 나선 각국에 '불신'이라는 문제를 안겨줬다.

WSJ는 월가에 "미국의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지난 10월초 이후 최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를 향해선 미국 IT(정보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24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오는 15일까지 중국과 협상이 안 될 경우 당초 예고했던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미 제조업 활동이 새해에도 큰 짐을 지게 됐다"고 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마무리되어가던 무역분쟁이 다시 불 붙으면서, 새해에도 각 기업들이 다시 무역 변수를 경영전략에 포함시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관세면제 혜택을 손쉽게 뒤집으면서 미국과 무역협상에 임하는 각국에도 불안감을 심어줬다.

NYT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아르헨티나의 장관급 인사는 지난주 워싱턴에 방문해서도 아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선 정치적 동맹이나 이전에 맺은 무역 합의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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