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기습관세 때린건 트럼프의 '재선 욕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2.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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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트럼프, 브라질·아르헨에 기습 철강 관세…美상무 "中과 15일까지 합의 못하면 관세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를 겨냥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통화절하로 미국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내년 재선을 위해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와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브라질·아르헨에 기습 철강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들 통화의 엄청난 평가절하를 주도해 왔다. 이는 우리 농민들에게 좋지 않다"며 "따라서 이들 나라로부터 미국으로 보내지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하겠다. 즉시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많은 나라들이 자신들 통화를 더욱 평가절하해 우리의 강한 달러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행동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제조업자들과 농민들이 공정하게 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금리를 낮추고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2018년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한국,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관세를 면제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농민들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다른 트윗에서 "2018년 3월 관세가 발효된 이후 미국은 막대한 돈(관세)을 챙기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중국의 표적이 된 우리 농민들에게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질·아르헨티나에 대해 "관세를 놓고 큰 기회를 줬지만 이제 철회하려고 한다"며 "우리 제조업자와 농민들에게 매우 불공평하다. 우리 철강업체들과 농민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사례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약세를 위해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공격과 연준에 대한 압박, 2가지 접근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얘기하겠다"며 "나는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채널이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단테 시카 아르헨티나 생산노동부 장관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 대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셀 재정통화정책센터 국장은 "무역전쟁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시점에 나온 발표여서 더욱 놀랍다"며 "이번 조치는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8.37포인트(0.96%) 내린 2만7783.0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27.11포인트(0.86%) 하락한 3113.8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7.48포인트(1.12%) 떨어진 8567.99에 마감했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4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는 소식도 증시를 내리눌렀다. 이날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미국의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1로, 전월(48.3) 대비 0.2포인트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49.2를 밑도는 수준이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전략가는 "만약 당신이 주식을 팔 명분을 찾고 있다면 이번에 발표된 ISM의 제조업 PMI 수치가 바로 그 명분"라고 말했다.

◇美상무 "中과 15일까지 합의 못하면 관세 인상"

한편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이 오는 15일까지 타결되지 못할 경우 당초 예고된 156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가 강행될 것이라고 미국 상무장관이 밝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15일이라는 논리적인 마감시한이 있다"며 "지금 또는 그때까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소매업자들은 (상품을) 채워뒀기 때문에 오는 15일 156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기에 정말 좋은 시기"라고 했다.

크리스천 프롬허츠 트라이베카트레이드그룹 CEO(최고경영자)는 "오는 15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시장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어느 시점엔 예고한 관세를 연기하거나 철회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언제나 협상하고 있다. 중국은 거래를 원한다"며 "나는 지금 우리가 있는 지점에 행복하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홍콩민주주의인권법(이하 홍콩인권법) 서명이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 "그건 더 낫게 만들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홍콩인권법은 지난달 미국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제정됐다. 중국 정부는 이를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며 "확고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고, 2일 미국 군함의 입항을 금지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켈리앤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미중 무역분쟁 해결을 합의가 올해 중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물론"이라며 "1단계 협정은 문서로 작성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 10월11일 미국 워싱턴 협상에서 1단계 무역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진 못했다. 양국은 당초 11월 중 서명을 추진했지만 실무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타결이 미뤄지고 있다.

중국은 기존 추가관세 철회를 1단계 무역합의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강제 기술이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관세 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RBC캐피탈마켓의 톰 포첼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갈등부터 제조업 경기 하강까지 묵은 악재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미중간 1단계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는다면 제조업 경기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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