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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우울한 중소기업인들의 '송년회'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19.12.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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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연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중소기업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잇따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의 연말 행사는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찬 분위기다. 이들은 “내년은 올해보다 중소기업인들에게 더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서로를 위로한다.

이런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중소기업에서 전체 일자리의 88%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기업인들이 열정을 갖고 ‘99세까지 팔팔하게’(9988) 뛸 수 있도록 하자는 건배사까지 외친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에 신음하는 중소기업인들에겐 유체이탈식 건배사로 들릴 뿐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10%에 달한다. 한 달 후면 50명 이상 300명 미만 중소기업이 주52시간을 적용받는다. 계도기간을 부여한다지만 법 시행유예가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안된 중소기업인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당장은 아니지만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원동력인 산업기능요원도 800명 감축하기로 결정됐다.



올해 말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도 적용된다. 법에 맞게 공장을 설치하려면 비용부담이 크다.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조세부담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 최고 상속세율은 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의 2배가 넘는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 공장을 짓는 중소기업인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중소기업 해외 직접투자는 100억1500만달러(약 11조5870억원)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32억달러)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 규제에서 자유롭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탈(脫) 한국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국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만한 정부의 정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부처마다 내놓은 규제와 정책들로 중소기업이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는 모습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심각성을 깨닫고 중소기업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치열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 수의 99%, 고용은 88%를 담당하는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인 중소기업이 더 이상 흔들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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