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BA처럼, KBO-선수협 '주고받지' 말고 이제는 만나라 [★취재석]

스타뉴스 임피리얼팰리스서울(논현동)=김동영 기자 2019.12.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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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선수협 회장.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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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선수협 회장. /사진=뉴스1



일단 '파국'은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건이 붙었다. 샐러리캡이 문제다. 핵심은 '어떻게'다. 지금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무엇보다 KBO와 선수협이 직접 만나 같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주고받는' 모양새면 늘어지기만 할 뿐이다.

KBO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각종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이 중 선수협이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이 '샐러리캡'이다. 2일 열린 선수협 총회에서 선수들은 찬반 투표를 통해 KBO의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 샐러리캡은 아니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O는 샐러리캡에 대해 '도입한다'만 내놨다. "세부 규정을 확정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리그 전체에 큰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샐러리캡이다. 아직은 두루뭉술하다.

이대호(롯데) 선수협 회장은 "FA 등급제, 외국인 선수 제도 등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하지만 샐러리캡은 당황스러웠다.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는데,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나. 후배들을 설득하려고 해도, 설득할 무언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선수협의 결정을 환영한다. 다행이다.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샐러리캡의 경우 지금은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내년 1월 첫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일 열린 선수협의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수상자들과 이대호(앞줄 가운데)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일 열린 선수협의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수상자들과 이대호(앞줄 가운데)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 시작이다. 샐러리캡을 '하드캡(상한선을 넘을 수 없음)'으로 할지, '소프트캡(경우에 따라 상한선을 초과할 수 있음)'으로 할지, 하한선은 또 어떻게 할지, 아니면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사치세'를 도입할지 등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방식을 정하면 세부적으로 또 나눠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금처럼 따로 떨어져 자신들의 생각을 주고받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만나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직접 만나 '노사협상'을 해야 한다. 분위기는 조성이 됐다. KBO가 자신들의 안을 선수협에 전달해 수용을 촉구한다는 것부터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다음은 직접 협상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직접 노사협약(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을 만든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받아들이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해진 퀄리파잉 오퍼(QO)도 이 CBA를 통해 나왔고, 사치세 한도 역시 이 협상에서 결정된다.

이제 KBO 리그도 사무국과 선수협이 직접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대호 회장은 "직접 만나서 토론할 수 있다.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지 않겠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샐러리캡 도입은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KBO와 선수협이 만나 같이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아 보인다. 비단 샐러리캡만 문제는 아니다. 제도 개선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만나 치열하게 협상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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