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종부세는 보통세 아닌 부유세" …과세 대상 고가주택 기준 높여야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19.12.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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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팩트 체크]양도세 완화 동반 안되면 매물 잠김 현상 불가피

[MT리포트]"종부세는 보통세 아닌 부유세" …과세 대상 고가주택 기준 높여야


정부가 향후 종합부동산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완충장치가 동반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9억원)도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해 85%에서 해마다 5%씩 올려 2022년 100%로 올릴 계획이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과세 표준을 구한다. 공시가격 10억원 집을 가진 1주택자는 9억원을 기본 공제 받고 나머지 1억원에 공정시장가액 비율 85%를 곱한 8500만원에 대한 종부세를 내야 한다.

2022년까지 시장이 보합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까지 예정됐다. 정부는 현재 70%에 못 미치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급격한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완충 장치도 일부 마련됐다. 장기보유세액공제가 확대돼 기존 제도(5년 이상 보유 시 20%, 10년 보유 시 40% 감면)에 15년 이상 보유 시 50% 세액공제를 추가 도입했다. 60살 이상 고령자는 나이에 따라 최대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중복(최대 70% 한도)으로 받을 수 있다.

종부세가 250만원을 넘으면 관할세무서에 분납 신청서를 제출한 뒤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납부 세액이 '250만원을 초과하고 500만원 이하'인 경우 250만원을 뺀 금액, 납부 세액이 500만원을 초과하면 세액의 50% 이하 금액을 분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유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거래세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작년 12월 "부동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8·2 대책에 따라 작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 중이다. 조정대상지역 내 보유주택이 2채 이상인 다주택자가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존 양도소득세 세율에 10~20%의 세율을 더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내년부터는 매매가격 9억원이 넘는 집은 실거주 2년을 채우지 않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낮아진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니 매도자는 증여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추는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세금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실제 상담하러 오시는 분 중에서도 보유세 압박에 주택을 처분하고 싶지만 양도세 부담이 커 결정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며 "양도세를 완화한다면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1주택자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가주택 9억원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원 이상(1가구 1주택 기준) 고가주택·토지를 가진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부과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8014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를 비싼 순으로 나열했을 때 9억원이면 중간 정도라는 뜻이다. 이미 강남권 11개구의 중위가격은 11억원대에 진입했고 강북권 14개구도 6억2600만원까지 올라섰다. 올해 서울 신규 분양 아파트 중 절반도 9억원 이상으로 공급됐다.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외곽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구가 종부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는 본래 목적이 부자에게 부과하는 부유세인데 지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이니 보통세와 다를 게 없어졌다"며 "종부세가 부유세다워지려면 고가주택 기준이 현재 두 배 수준인 15억~20억까지 상향조정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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