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핫'한데…잠잠한 콘텐츠株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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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계약에도 스튜디오드래곤·제이콘텐트리 주가 부진…시청률 우려 '발목'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타곤 역 장동건/사진=tvN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타곤 역 장동건/사진=tvN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과열로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과열이 우려되는 OTT 업체들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품 흥행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콘텐츠 기업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 업체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더 좋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증권업계에서는 미디어 수익구조의 변화로 콘텐츠 업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41,050원 ▼100 -0.24%)제이콘텐트리 (14,190원 ▼190 -1.32%)는 최근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드라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에 3년 간 드라마 21편 이상의 방영권을 판매하는 계약을 지난달 21일 체결했고, 제이콘텐트리 역시 지난달 25일 이와 비슷한 계약에 넷플릭스와 합의했다.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최소 향후 3년 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계약이 발표된 이후 현재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계약이 발표된 날 8% 상승한 이후 다음날 6% 대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왔고, 2일 주가는 7만7000원에 마감해 계약 발표일보다 약 7% 하락했다.



제이콘텐트리도 지난달 25일 주가는 시가 대비 3.4% 떨어진 3만9400원에 마감했다.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다 최근 반등해 2일에는 이보다 소폭 오른 3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의 공급 계약이라는 호재보다 콘텐츠 업체에 대한 고질적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청률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콘텐츠 업체의 수익구조 특성상 안정적 성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미스터 션샤인'이 대박을 친 지난해 7월 주가가 정점을 찍었고, 시청률이 부진했던 '아스달 연대기'가 방영된 이후에는 주가 하락이 지속됐다. 제이콘텐트리 역시 올해 초 '스카이캐슬' 이후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흥행작의 부족으로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반면 플랫폼 업자인 OTT는 다수의 구독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는 구독자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있음에도 올 들어 주가는 30% 이상 올랐다. 최근 OTT 서비스 '디즈니+'(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월트 디즈니의 주가도 올해 약 50%가 뛰었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가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한 제작편수는 기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은 수준"이라며 "아직 실적에 온기로 반영되지 않아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OTT 업체들의 과감한 투자로 콘텐츠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기본적으로 콘텐츠 기업의 본질은 '흥행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넷플릭스 선판매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하더라도 이후 발생하는 추가수익(VOD, 해외 판권, 지적재산권 등)은 온전히 흥행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아직 콘텐츠 업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증권사들은 OTT 수혜가 실적에 본격 반영될 내년 이후를 더 기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제작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영업이익률 개선과 해외 진출 본격화 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이콘텐트리가 연간 7편 이상 넷플릭스에 공급하게 되면서 급격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내년 넷플릭스 공급액은 최소 4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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