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금융 대주주 자격…"일관성이 없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2019.12.0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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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법은 '완화'·금융지배구조법은 '강화', 국회선 '공정거래법 모두 빼자' 주장도..당국은 손놓고 방관

대주주 심사시 공정거래법 위반을 삭제하는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계기로 금융권 전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 업권별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근거법이 다르고 근거법마다 결격 사유가 되는 위반 법률도 통일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은행법은 지속적으로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반면 금융지배구조법은 강화되는 등 방향성도 엇갈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 결격 사유 중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터넷은행법은 금융회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시 '공정거래법 위반'을 보지 않는 유일한 법이 된다.

현재 금융회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업권별로 근거법이 다르다. 은행과 인터넷은행, 저축은행은 개별 업권법에 따라 진행되고 보험, 증권 등 나머지 금융업종은 금융지배구조법에 따른다. 각 법률에서 금융회사 대주주의 결격 사유가 되는 사유는 금융 관련 법,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 등 4가지다.



하지만 은행은 특경가법 위반을 보지 않고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은 이 법 위반도 대주주 결격 사유다. 금융지배구조법에도 특경가법은 없었지만 정부는 2018년 9월 '특경가법 위반'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제출해 둔 상태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은행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제외되고 2금융권은 공정거래법은 유지되고 특경가법 위반이 추가된다. 은행은 대주주 결격사유에 '특경가법'이 없고 '공정거래법'은 있는 중간 형태가 된다.

뒤죽박죽 금융 대주주 자격…"일관성이 없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도 다르다. 금융지배구조법은 최종 대주주 1인을 찾아서 심사해야 하지만 인터넷은행법은 최종 대주주 1인이 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심사 대상이 아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 케이스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카뱅)의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실질적 주인이지만 법제처는 '은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상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 포함해 심사하려면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지만 아직 금융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의 실질적 대주주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그간 입장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금융업권별 대주주 자격 심사가 이처럼 뒤죽박죽 되면서 인터넷은행법 논란에서 시작된 대주주 자격 심사 문제는 전 업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은행법 뿐만 아니라 '금융지배구조법'에서도 '공정거래법'과 '조세범처벌법'을 아예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은행법 완화엔 반대하고 금융지배구조법의 강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회 논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 내에서도 대주주 자격 심사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법과 금융지배구조법의 방향성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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