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한반도 통합만이 '다이나믹 코리아'의 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1.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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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합은 새로운 기회…한일 무역갈등, 한국에 전화위복"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과거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서쪽으로 가라'는 말을 많이 했다. 미개척지인 기회의 땅에서 성공을 잡으라는 얘기다. 이를 조금 바꿔서 '남한의 청년들은 북한으로, 북한의 청년들은 남한으로 가라'는 얘길 해주고 싶다. 남북의 경제적 통합에 한반도의 새로운 기회가 있다."

어느 통일 운동가의 얘기가 아니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말이다.



로저스 회장은 29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생, 저성장, 높은 자살률 등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남북 교류와 개방으로 해소될 것"이라며 "다시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드는 길은 한반도의 통합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는 철저한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으로 저평가 된 자산을 찾아 장기간 가치투자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설립한 퀀텀펀드는 1970년부터 1980년까지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북한이다. 로저스 회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에서 특유의 분석력으로 북한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 한반도 통합이 가져올 경제적 번영 등을 서술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도 통일 한반도를 견제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어떠한 견제에도 한반도 통합의 흐름은 막을 수 없고 결국에는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곧 닥쳐올 세계 경제의 위기도 경고했다. 미국 증시가 역대급 호황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조만간 엄청난 '베어마켓'(bear market·하락장)이 올 것이란 분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 현상을 예측하고 맞췄던 로저스이기에 그의 경고가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위기, 남북 교류가 해법
-당신은 그동안 중국, 베트남, 보츠와나 등 숨은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투자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엔 북한인데 이유가 무엇인가.

▶1970년대 북한은 남한보다 잘 살았다. 하지만 김씨 일가와 공산주의로 북한의 경제는 망가졌다. 그동안 나의 투자경험에 비춰보면 어떤 자산이 굉장히 망가져서 재난과 비슷한 상태가 될 때 가격이 싸지고, 이후 변화가 생기면서 기회가 만들어진다. 지금 북한이 그렇다. 북한은 현재 저평가 상태다. 값이 싸면서 좋은 노동력을 갖고 있고 각종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남한은 제조업과 기술이 발달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남북 교류가 본격화한다면 향후 10~20년 내에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곳이 될 것이다.

-남북 통일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상당한데 이를 상쇄할만한 이득이 있다고 보는가.

▶현재 남한의 사회문제 중 하나가 성비 불균형이다. 일부 남성들은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 한국에 있는 말 중에 '남남북녀'란 얘길 들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더 이상 국제결혼은 필요없다. 또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비용 문제를 지적하는데, 평화가 오고 남과 북이 총알이나 탱크에 쓰는 비용을 줄이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게 될까.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방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고, 이는 남한도 마찬가지다. 이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독일 통일의 사례와 한반도는 조금 다르다. 과거 동독은 주변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이 많았지만 한반도 주변에는 일본, 러시아, 중국 등 부유한 국가들이 많다. 북한 개방 이후 이들 자금이 북한으로 몰리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큰 혼란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북 경제협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경제 통합이 가져올 커다란 효용을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개방하기 위해선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 지배층은 핵무기를 북한의 체제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남한도 핵을 포기해야 한다. 괌이 어디 있는지 아는가. 괌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있다. 남한에 미군 3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남한도 언제든 미국의 핵무기를 쓸 수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군이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쟁이 터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이 한반도라는 의미다. 북한이 개방되면 미군도 한반도를 떠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원치 않겠지만 주변국들이 더 이상 미군 주둔을 허용하지 않을 거다.

-과거 2007년과 2014년 두 번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실제 북한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나.

▶처음 방문했을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였는데 사회 분위기가 굉장히 암울했다. 두번째 방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로 바뀐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그런데 굉장히 많은게 바뀌어 있었다. 큰 시장이 들어섰고 상인들과 고객들도 많았다. 두번째 방문 이후 시일이 좀 지났는데, 사진 등에서 볼 때 지금도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인것 같다.

-북한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이나 남한에는 잘 보도가 안 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덩샤오핑처럼 북한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북한 사람이 아니다. 스위스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외부 세계에 대해 잘 안다. 김정은 위원장도 스위스 같은 국가에서 살고 싶을 것이다. 나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싱가포르로 사람들을 보내서 주식시장과 보험, 부동산을 배워오도록 했다.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무역갈등, 한국에 전화위복 될 것
짐 로저스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짐 로저스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그동안 수차례 인터뷰에서 일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저출생, 고령화, 과도한 부채, 폐쇄적 사회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는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남한은 자살률이 높고 세계적인 저출생 국가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더 나아질 기회는 없다. 하지만 남북 경계가 무너지고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완전히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일본도 인구가 줄고 부채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지만 한국과 같은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없다.

-한일 무역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이는 경제적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반도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통일 한반도와 경쟁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본은 남북 경협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지만 결국에는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역분쟁은 한국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은 일본으로부터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지 못해 어렵겠지만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결국에는 스스로 개발해 자가공급하게 된다면 한국에 더 이익이 된다. 물론 무역전쟁은 양국에 모두 피해지만 어디가 더 피해냐고 하면 그것은 일본이다.

최고의 꿈이 공무원인 사회…굉장히 슬픈 일
짐 로저스 회장의 한글 명함 /사진=김사무엘 기자짐 로저스 회장의 한글 명함 /사진=김사무엘 기자
-박스피라는 말을 들어봤나. 코스피 지수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 한국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 문제를 겪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박스피라는 얘기는 못들어 봤지만 한국 증시가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주변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크다. 지금 일본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고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국 흑자를 지적하며 무역협정이 불공정하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들과 이런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규제와 통제가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문제라고 보는가.

▶글로벌 기업가들의 얘길 들어보면 한국보다 차라리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보다 공산주의인 중국에서 사업이 더 쉽다는 건 그만큼 한국의 규제가 많다는 거다.

-사회적으로는 무엇이 문제인가.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저출생, 높은 자살률 등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슬픈 일은 한국 10대 청소년들의 가장 큰 꿈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 다른 나라의 청소년들은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실현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싶어 하는데 한국 청소년들의 꿈은 공무원이라니. 매우 슬픈 일이다. 한국 경제가 더 성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계부채일수도 있고, 한국이 개방된 국가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문제도 원인일 수 있다.

조만간 역사적 폭락장 올 것
짐 로저스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짐 로저스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금 미국 등 글로벌 증시는 역대급 호황인데 다시 폭락장이 올 가능성이 있나.

▶역사적으로 폭락장은 전 세계 곳곳에서 언제나 있었다. 미국도 2008년 폭락장 이후 11년이 지났는데 이렇게 오랜기간 상승장이 지속된 적은 처음이다. 물론 폭락장이 꼭 오라는 법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의 호황은 각국 정부가 만들어 낸 인위적 현상이다. 양적완화로 호황이 지속될 수 있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 위기의 조짐이 보인다.

2007년 아이슬란드에서 위기가 왔을 때 사람들은 큰 신경을 안 썼다. 작은 국가였기 때문이다. 몇 달 뒤 아일랜드가 국가 부도를 맞으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신경쓰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 대형은행인 베어스턴스와 영국의 은행 노던 락의 파산, 이어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위기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그런 작은 위기의 조짐들이 보인다. 최근 라트비아에서 위기가 왔지만 아무도 신경 안 쓴다. 터키 은행, 인도 은행, 칠레, 베네수엘라 등 곳곳에서 위기가 터지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2008년 위기는 과도한 부채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그때보다 더 많은 부채가 쌓여 있다. 이번에 경제 위기가 온다면 아마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것 중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다.

-곧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본인 스스로 잘 아는 곳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내 얘기도 듣지 말고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도 듣지 말고 아무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하면 뭔가가 잘못 됐을 때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없다.

나는 어제 러시아 주식을 샀다. 러시아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고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다.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에 갔다 왔는데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나는 미국 국민이라 베네수엘라 투자는 불법이어서 할 수 없지만 한국인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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