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주 바다에 부는 바람, 친환경에너지로 재탄생

머니투데이 제주=권혜민 기자 2019.11.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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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해상풍력단지 남동발전 '탐라해상풍력'…풍부한 바람 자원 활용, 연간 제주도민 2.4만가구 사용 전력 생산

지난 28일 찾은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키 작은 현무암 돌담을 지나쳐 파도 소리를 따라가자 저 멀리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흰색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 한 가운데 거센 파도가 만드는 물보라 위로 나란히 우뚝 선 10대의 풍력발전기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3개 팔을 돌려댔다. 제주의 옛 이름을 딴 '탐라해상풍력'은 매서운 제주의 겨울 바람을 빛을 밝히고 몸을 따뜻하게 데울 에너지로 재탄생시키고 있었다.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바다에 걸쳐 있는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한국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다. 2006년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2015년 4월부터 착공해 사업 추진 약 10년 만인 2017년 9월 준공,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총 사업비 1650억원이 투입됐다.

설치된 발전기는 두산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3㎿급 ‘WinDS3000’이다. 두산중공업은 설계·제작·설치 전 공정에 100% 국산기술을 적용했다. 총 30㎿급 발전기 10기는 연간 8만5000㎿h의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는 제주도민 약 2만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바람이 많은 산간이나 바다와 인접한 염전 지역에 주로 세워지는 육상풍력과 달리 바다 위에 지지대 '자켓'을 건설하고 그 위에 발전기를 세워야 하는 해상풍력은 건설비가 비교적 많이 든다.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가져오기 위해 해저 케이블도 바다 아래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장점이 있다. 바로 '풍부한 바람'이다.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는 "육상풍력은 바람이 불 때 장애물이 있을 수 있지만 육지에서 500~1200m 떨어진 탐라해상풍력은 바다에 부는 바람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률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탐라해상풍력단지 평균풍속은 초당 7.6m다. 육상 지역에서 가장 풍속이 좋다는 대관령이 초당 6.8m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덕분에 2017년 9월 상업운전 시작 이후 2년 간 목표치를 모두 넘긴 실적을 달성했다. 이용률은 1차년도 32.7%, 2차년도 29.3%를 각각 기록했다. 이용률은 바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이용률 100%는 24시간 발전기 최대 출력이 가능한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육상풍력 평균 이용률은 23% 수준이다.


28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 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28일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 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 사업인 만큼 추진 과정에선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소음과 저주파 피해, 어족 자원 황폐화 등을 걱정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긴 시간 설득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해저 구조물이 어초 역할을 해 오히려 물고기가 모여 들고, 돌고래가 인근에서 유영하는 모습도 관찰되면서 주민 지지도 늘었다.

탐라해상풍력은 친환경에너지 생산으로 제주도가 추진 중인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없는 섬) 2030' 계획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에선 탐라해상풍력을 운영하는 남동발전을 포함해 남부발전, 중부발전, 에너지공사 등이 총 269㎿급 풍력설비를 운영 중이다. 개발 중인 설비 규모는 638㎿에 이른다.

우 대표는 "탐라해상풍력 사업으로 한국은 비로소 해상풍력 단지를 가진 국가가 됐다"며 "국내 해상풍력 사업을 확산하는 것은 물론 트랙 레코드 확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망한 해상풍력 분야 기술력을 높이고 수출에도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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