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엘리트가 아닌 온건한 포퓰리즘의 목소리를 들어라”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11.29 04:00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그들이 진보에 투표하지 않는 이유

“진보 엘리트가 아닌 온건한 포퓰리즘의 목소리를 들어라”


지난 2016년 영국 브렉시트 탈퇴와 미국 트럼프 당선을 두고 많은 이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선택”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이들의 지지를 얻은 정치 세력은 심지어 ‘포퓰리즘 정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현상이 ‘무식한 보수’의 항변이 아니라, 엘리트 중심의 정치 영역에서 소외된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분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대중주의적 정당은 현재 기성 중도 좌·우파 정당들의 고전 속에서 되레 약진하고 있다. 혐오와 불신의 정치에 대한 반감이 스며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애니웨어(anywhere)와 섬웨어(somewhere)라는 두 계층으로 정치 세력의 변화상을 추적한다. 애니웨어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대학 졸업 후엔 전문직에 종사하며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반면 섬웨어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 먹고사는 사람들로 뿌리를 중시하고 급격한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가 다수로, 고향과 같은 특정한 어떤 곳을 떠나선 안정적인 삶을 담보할 수 없다.

저자는 “세계화 물결 속에 가장 큰 손실을 본 집단은 부유한 국가 내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그것이 포퓰리즘은 새로운 사회주의라고 말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포퓰리즘 운동은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 상대적으로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기댄, 엘리트를 끌어내리기 위해 선택한 정치 행위라는 것이다. 저자는 극우 이념으로 무장된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매우 추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포퓰리즘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섬웨어가 이주민 문제를 반대하진 않지만, ‘적절한 규모의 인구 이동’을 요구할 때, 애니웨어 성향의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피하기 십상이다. 또 애니웨어는 ‘일은 줄이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각보다 ‘전문직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만 치중하는 작은 여성 집단 문제에만 관심을 보여 섬웨어와 대립각을 보인다.

무엇보다 누구나 안정되고 괜찮은 삶을 누려야 한다는 평등주의적 약속을 능력주의 위주의 가치를 핵심으로 삼는 애니웨어 층은 지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니웨어의 거치는 더 이상 확산하지 못하고 섬웨어의 반격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은 섬웨어의 온건한 포퓰리즘에 좀 더 발언권을 줘 그들의 목소리가 의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데이비드 굿하트 지음. 김경락 옮김. 원더박스 펴냄. 456쪽/2만2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