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편의점 컵라면 먹는 나, 운동화는 60만원짜리?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양성희 기자, 조성훈 기자, 마아라 기자, 강민수 기자 2019.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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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플렉스'의 완성, 운동화](종합)

편집자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운동화다. 미국 힙합문화에서 유래한 '플렉스'(부나 귀중품을 과시한다는 뜻)를 중시하는 90년대생에겐 말이다. '최애템' 신발 하나만 신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부심'을 느끼는 그들의 이유있는 운동화 사랑을 짚어본다. 

'93년생 나는 왜 60만원짜리 운동화를 신나'
고가 명품 브랜드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또 계절·유행을 타지 않아 오래 신을 수 있어



[MT리포트] 편의점 컵라면 먹는 나, 운동화는 60만원짜리?


나는 93년생 입사 1년차 남성 직장인이다. 나름 얼굴에도 부심이 있지만, 내 패션의 완성은 운동화다. 오늘 출근할 땐 지난달 구입한 '최애템' 지방시 스니커즈를 신을 예정이다. 지난달 한국에선 99만원짜리를 50만원 후반대에 세일하길래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득템'했다. 배송료 좀 붙이면 60만원이니까 39만원 싸게 샀다. 여기에 슬랙스 등 세미 정장을 입으면 '깔맞춤'이다.

가끔은 주변에서 "60만원짜리 신발을 살 돈이 어디서 나냐"는 핀잔을 듣는다. 다른 데서 아끼면 충분히 가능하다. 비싼 신발을 신는 대신 맨투맨과 슬랙스는 탑텐 등 SPA(제조·유통 일괄형)브랜드에서 저렴하고 튼튼하면서 유행을 잘 안타는 제품을 산다. 시즌 오프 때 사면 위 아래 합쳐 4만~5만원이면 가능하다.



한달 식비는 달랑 30만원이다. 아침은 안먹고 저녁은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기 때문에 점심만 해결하면 된다. 편의점 도시락에 배고픈 날엔 컵라면까지 추가해서 먹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면 딱이다.

명품 브랜드는 가급적 국내 매장보다는 직구를 한다.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어 관세가 없는 국가에서 직구하면 싸다. 국내 명품 매장은 내가 실제로 입었을 때 어울리는지, 신발 사이즈는 맞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 간다. 오늘 저녁 퇴근 뒤에 친구와 만나 하남 스타필드에 가기로 했다. 운동화를 보기 위해서다. 구찌 매장도 한 번 둘러볼 예정이다.

명품 스니커즈를 신는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쳐다도 못보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1년 내내 티내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핫한 말로 '플렉스'하는데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예컨대 스니커즈로 유명한 발렌시아가, 지방시 등에서 겨울용 코트 하나 사려면 최소 200만원 이상을 써야한다. 이 돈을 주고 산 제품을 겨울 한 철에만 입는 것이다. 반면 스니커즈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슈구' 등 밑창 보조제로 관리만 잘해주면 몇년 동안 새 것처럼 신을 수 있다.


스니커즈는 평소 캐주얼하게 입는 청바지, 세미 정장과 코디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조금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매일 색깔만 바꿔 스니커즈만 신기도 한다. 데이트할 때도 좋고, 회사 출근할 때도 에티켓에 벗어나지 않게 적당히 단정하다.

명품 신발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에겐 '나도 이제 돈버는 진짜 어른이 됐다'는 하나의 상징이다. 30대에게 최근 성공의 상징이 '그랜저'인 것처럼 말이다.

이강준 기자

'구찌 꿀벌' 신는 90년대생 소비심리학
가방·구두 자리 밀어낸 운동화, 이유는?

구찌 에이스 자수 스니커즈(왼쪽), 골든구스 슈퍼스타 스니커즈 제품컷/사진=각 브랜드 온라인스토어<br>
구찌 에이스 자수 스니커즈(왼쪽), 골든구스 슈퍼스타 스니커즈 제품컷/사진=각 브랜드 온라인스토어
한때 루이비통 가방은 명품의 상징이었다. 3초마다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고 해서 '3초백'으로 불렸다. 모두 옛말이 됐다. '요즘 애들' 90년대생은 가방 대신 운동화로 '플렉스'한다.

꿀벌 자수가 새겨진 구찌 스니커즈, 양말을 신은 듯 발목을 감싸는 발렌시아가 스니커즈, 어른들에게 '때 탄 운동화' 핀잔을 듣는 골든구스 스니커즈는 '3초 운동화' 자리를 노리는 잇템(it item)이다. 최근 나이키가 지드래곤과 협업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정가(21만9000원)보다 60배가량 비싼 1300만원대에 리셀(되팔기)되기도 했다.

'요즘 애들'은 왜 운동화에 돈을 쓸까. 우선은 운동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던 기능성 신발 '기능재'에서 자신을 드러내기에 최적인 패션 아이템 '상징재'로 바뀌었다. 사회경제적인 변화 속에서 그 성격이 달라졌다. 기업문화가 선진적으로 바뀌고 근무 복장을 자율화하면서 정장 대신 캐주얼룩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굳어졌다. 그러면서 '부장님'도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운동'이 퍼지면서는 뾰족하고 굽 높은 구두 자리를 운동화가 빼앗았다.

운동화가 가방을 밀어낸 건 '합리적인 플렉스'가 가능해서다. 일명 '구찌 꿀벌 스니커즈'는 78만원이다. 구찌 크로스백, 숄더백이 통상 200만원~300만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방보다 운동화가 3분의1에서 4분의1가량 저렴한 셈이다. 한 번 사면 계절에 상관 없이 아무 옷에나 여러 번 착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좋다. 옷, 가방과 달리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의 구애를 받지 않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일부 소비자는 한정판 운동화를 비싼 값에 되팔아 돈을 버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에 열을 올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열심히 돈 벌어도 아파트를 못 사기에 운동화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긴다"면서 "아파트 대신 자동차에, 자동차 대신 전기자전거에, 그 대신 운동화에 투자를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화가 기능성 신발이 아닌 패션 아이템, 럭셔리 아이템 카테고리에 들어온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 사회현상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그렇게 대세 신발이 된 운동화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 만한) 아이템에 적격이어서 90년대생이 더욱 열광한다. 특히 구하기 힘든 한정판 운동화는 인증샷을 부른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으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치면 859건의 게시물이 잡힌다. 한정판 갯수(818켤레)를 뛰어넘는 숫자다. 응모 후 추첨을 진행하는 '드로우' 방식을 일상의 한 이벤트로 즐기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Z세대(1995년 이후 출생)가 운동화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팬덤에 가깝다"며 "버질 아블로 같은 유명 디자이너, 지드래곤 등 셀럽이 특정 브랜드와 손잡고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도 팬덤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해시태그 검색 화면<br>
인스타그램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해시태그 검색 화면
양성희 기자

요즘 20대들, XX운동화에 유니클로 왜 입나봤더니
20대 명품소비층 급부상, 명품 운동화와 SPA브랜드 조합해 개성표현

최근 2030세대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는 구찌의 운동화/사진=롯데백화점<br>
최근 2030세대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는 구찌의 운동화/사진=롯데백화점
백화점 업계와 명품브랜드들은 최근 수년새 20대를 겨냥한 명품 라인업을 대거 확대해왔다. 20대가 새로운 명품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인데 이런 트랜드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특히 20대 신흥 명품족은 구찌나 발렌시아가 등 명품 운동화에 유니클로와 같은 중저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 의류를 함께 입는 경향을 보여 명품 주소비층인 3040 세대와는 다른 소비행태를 드러냈다.

28일 엘포인트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의 3분기 ‘트렌드Y 리포트’에 따르면, 2019 명품 쇼핑 트렌드 키워드는 △20대 △우대경험 △실용성 3가지다.

먼저 국내 명품시장은 최근 2년새 3.5배 커졌다. 양극화 소비가 심화된 결과다. 특히 20대는 2017년 3분기 대비 명품 구매 건수가 약 7.5배 증가했고, 연령대별 이용 비중에서도 6.4%포인트(p) 늘었다. 90년대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플렉스(flex)’ 문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플렉스는 ‘구부리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뜻으로, 힙합 문화에서 유래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과시하다’의 의미로 사용된다. 명품시장 주 고객층은 여전히 3040세대지만 최근 유통사와 명품 브랜드들이 20대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명품소비층 급부상...플렉스문화 영향?

20대가 명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속성은 디자인(59.2%), 실용성(32.5%), 가격대(32.3%), 브랜드 네임(32.1%) 순이었다. 디자인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세대별로는 30대는 브랜드네임을 실용성보다 더 중시해 차이를 보였다.

[MT리포트] 편의점 컵라면 먹는 나, 운동화는 60만원짜리?
금액대별로는 2017년 3분기 대비 150만원 미만 구매 건수가 6.9%p, 300만원 미만 구매 건수가 6.7%p 증가한 반면 300만원 이상 구매 건수는 3.4%p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품 구매에서도 가성비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 20대 명품 주 구매 품목으로는 반지갑(34.2%), 카드지갑(25.1%), 운동화(23.1%) 등 실용 아이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운동화는 명품 구매품목 전체 1위(27.7%)로 꼽혔다. 최근 수년새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복장 자율화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다음으로는 반지갑(25.9%)의 인기가 높았고, 명품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숄더백은 50대에서만 순위권에 올랐다.

◇구찌, 발렌시아가 운동화에 유니클로 걸치는 20대들

흥미로운 점은 엔포인트 거래데이터 분석결과 20대 명품구매자들이 캐주얼하고 합리적인 SPA 브랜드도 많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구찌나 발렌시아가 등의 명품 운동화와 유니클로 같은 SPA 옷을 함께 입는 ‘믹스앤매치’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옷은 패딩같은 아우터가 아니라면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데 반면 운동화는 한눈에 봐도 어디 명품임을 알 수 있어 여유가 있는 2030들이 패션아이템으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구찌 운동화/사진=롯데<br>
구찌 운동화/사진=롯데
자료=롯데멤버스<br>
자료=롯데멤버스
반면, 30대 명품 구매자들은 무난한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나 클래식한 명품 브랜드를, 40~50대는 골프웨어 브랜드 이용이 많았다.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은 “소득 불균형 심화로 저가나 고가 상품만 잘 팔리는 양극화 소비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최저가 쇼핑과 명품 쇼핑이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다”며 “명품 대중화와 이용 연령대 확대에 따라 국내 명품시장은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엘포인트(L.POINT)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최근 6개월 이내 명품 구매자 3322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과 2017년 3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의 엘포인트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성훈 기자

'라떼는 이 신발"...'컨버스'부터 '발렌시아가'까지
'이효리 운동화'부터 '지디 신발'까지…대세 운동화 계보도

컨버스 '올스타 척테일러',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사진=컨버스, 나이키컨버스 '올스타 척테일러',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사진=컨버스, 나이키
가수 지드래곤(GD)과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공동제작한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에어포스)'가 '지디 신발'이라는 이름으로 1000만원 이상으로 리셀(Resell, 재판매)되면서 패션아이템 운동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푸마의 '스피드캣'을 시작으로 컨버스 '하이탑' 나이키 '포스' 등이 대중적인 패션 슈즈로 자리매김 했다. 운동화가 '운동'보다 '패션'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는 콜라보레이션과 스타 마케팅 등으로 트렌디함을 갖춘 운동화를 내놓고 있다.

~2014년, 운동화의 재부흥…뉴발란스·프로스펙스

뉴발란스 '뉴발란스 574', 나이키 '루나글라이드2', 프로스펙스 'W 연아 워킹화' /사진=각 업체뉴발란스 '뉴발란스 574', 나이키 '루나글라이드2', 프로스펙스 'W 연아 워킹화' /사진=각 업체
2009년 이효리 운동화로 이름을 알린 '뉴발란스 574', 2011년 현빈 운동화 '나이키 루나글라이드2', 2012년 연아 워킹화 '프로스펙스 W' 등등. 운동화 시장은 스타가 착용한 아이템이 히트를 치면서 더욱 커졌다.

특히 뉴발란스가 2014년 출시한 '999 체리블라썸'과 '880 달마시안'은 1인당 1족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둘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뉴발란스는 그 덕에 연매출이 2009년 650억원에서 2014년 4089억으로 급성장했다.

2015년~, 레트로 열풍에 과거 영광의 디자인 인기…스타 마케팅 인기 조짐

(상단) 아디다스 '슈퍼스타 빈티지 디럭스', 휠라 '헤리티지BB 스파게티' (하단) 푸마 '트리노믹 XT1 플러스 오리지널',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문락' /사진=각 업체(상단) 아디다스 '슈퍼스타 빈티지 디럭스', 휠라 '헤리티지BB 스파게티' (하단) 푸마 '트리노믹 XT1 플러스 오리지널',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문락' /사진=각 업체
2015년에는 과거의 운동화 브랜드의 재부흥과 '레트로 열풍'이 맞물리면서 과거 영광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운동화들이 쏟아졌다.

아디다스 '슈퍼스타', 리복 'LX8500', 휠라 '헤리티지BB 스파게티' 푸마 '트리노믹 XT1 플러스 오리지널' 등이다. 기존 제품의 색이나 모양은 그대로 가져오돼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호평을 받았다.

새롭게 인기를 끈 제품도 있다. 당시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아디다스와 협업한 '이지부스트'다. 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이 착용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출시할 때마다 극소량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며칠씩 줄을 서서 구매하거나 중고 가격이 치솟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이지부스트는 마니아 층은 물론 대중적으로 리셀(Resell, 재판매) 불을 붙인 제품이기도 하다 .25만원~30만원대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2017년~, 어글리 슈즈의 인기…'소확행' '욜로'에 명품 운동화 구매 늘어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700', 발렌시아가 '트리플S' /사진=각 업체아디다스 '이지부스트 700', 발렌시아가 '트리플S' /사진=각 업체
2017년부터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 슈즈와 명품 협업 운동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700'와 발렌시아가가 선보인 '트리플S'가 어글리 슈즈 열풍을 선도했다.

어글리 슈즈는 1990년대 인기를 모았던 투박한 운동화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다. 2018년 놈코어, 애슬레저에 이어 '뉴트로'(새로운 '뉴'와 복고 '레트로'의 합성어)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루이 비통, 프라다, 구찌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쏟아냈다.

다소 접근이 어려웠던 명품 신발이 '운동화'라는 쉬운 아이템으로 등장해 대중적으로 변모했다.

이와 함께 작지만 확실한 행복,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소확행' '욜로' 등으로 소비 형태가 변화하면서 50만~200만원의 명품 운동화의 인기가 가속화됐다.

~2019년 현재, 명품 콜라보·한정판 구매로 인기 끄는 '나이키'

오프화이트 조던1 시카고, 나이키 사카이 LD 와플, 조던6 트래비스 스캇 /사진=나이키오프화이트 조던1 시카고, 나이키 사카이 LD 와플, 조던6 트래비스 스캇 /사진=나이키
나이키는 콜라보레이션 아이템을 매년 매시즌 선보이면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오프화이트'와 진행한 '더 텐' 콜라보레이션은 한정 판매로 이뤄졌다.

나이키의 인기 시리즈 △'에어 조던1 시카고' △'에어맥스 90' △'베이퍼맥스' 등 10가지 신발을 재해석해 현재까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높은 가격에 리셀이 이뤄지고 있다.

나이키는 오프화이트와의 성공적인 협업에 이어 수프림과 '에어모어 업템포 수프림 레드', 사카이와 '나이키 LD 와플 블루 멀티' 등을 선보이며 출시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나이키는 응모 당첨자에게만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드로우 방식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한다. 판매 개수도 1000족 이하로 희소성이 더욱 높다. 마니아층은 물론 2030 세대에 리셀 문화가 대중화되고 있다.

[MT리포트] 편의점 컵라면 먹는 나, 운동화는 60만원짜리?
마아라 기자

너흰 플렉스하니? 우리는 판다...中 "운동화 재테크'
한정판 제품, 최대 6600% 수익률도 "절반 이상은 거래 이후 가치 하락"

중국 운동화 거래 플랫폼 '포이즌(poizon)'./사진=포이즌 홈페이지중국 운동화 거래 플랫폼 '포이즌(poizon)'./사진=포이즌 홈페이지
국내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명품 운동화의 인기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운동화 재테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나이키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솔플라이x에어조든 1'이 미국 소매 출고가(160달러·19만원)의 66배가 넘는 7만5999위안(약 1275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레트로 스타일의 해당 제품은 223켤레만 생산된 제품이다.

블룸버그는 20살 대학생 레이 샤오밍의 사례를 소개했다. 황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레이는 한정판 운동화를 수년 동안 모아왔다. 그러나 투자에 나선 것은 올해 4월이 처음이다. 이때부터 그는 200켤레가 넘는 운동화를 20만위안(약 3360만원)을 들여 사들인 뒤 재판매를 통해 10만위안(1678만원)을 벌었다.

레이는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신발을 신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겠다 싶었다"며 "주식 거래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가 사들인 제품 종류는 주로 에어 조던이나 아디다스 AG의 이지(Yeezy) 라인이다.

통신은 중국 데이터마이닝업체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 자료를 인용해 포이즌(Poizon), 나이스, 두뉴(DoNew) 등 중국 온라인 재판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매월 1000만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제품이 무역전쟁 여파로 고전하는 가운데, 한정판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이는 미국 운동화거래소인 스톡엑스(StockX)나 고트(GOAT)뿐만 아니라 중국 중앙은행과 관영 언론의 관심까지 끌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출시가(160달러)보다 66배 이상 오른 가격인 7만5999위안(약 1275만원)에 팔린 '솔플라이x에어 조든 1'. /사진=스톡엑스(StockX)중국에서 출시가(160달러)보다 66배 이상 오른 가격인 7만5999위안(약 1275만원)에 팔린 '솔플라이x에어 조든 1'. /사진=스톡엑스(StockX)
운동화 열풍이 큰 호응을 얻은 데는 수년 동안 우상화돼온 마이클 조던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의 영향이 크다. 농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스포츠웨어 시장이 매우 큰 데다가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

가격 변동에 10% 상·하한선이 있는 중국 주식과 달리, 운동화 거래에는 한계가 없는 점 역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선전첸하이유나이티드자산운용의 유 잉보 투자기획가는 "다른 거품 낀 자산과 마찬가지로, (운동화 거래도) 고점이 어딘지 알 수 없다"며 "수익률이 높다면 투자금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명품 고량주 구이저우마오타이 등 각종 대체 자산에 투기해오던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제 운동화에 쏠린 것이다.

일부 운동화 거래업체는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나섰다. 상하이 IT업체가 개발한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포이즌'은 지난 4월 러시아 기업 DST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10억달러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 디트로이트 소재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스톡엑스는 중국 스니커즈 재판매 시장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지나친 투자 열기에 중국 당국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 상하이지점은 운동화 투기로 인한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고, 관영 언론도 이상 열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대만큼 높은 위험도 뒤따른다. 운동화 거래플랫폼 나이스 자료에 따르면 2600여 개 이상 운동화 모델 중 56%는 거래 이후 가치가 떨어졌다. 전체 거래에서 수익률 1000% 이상의 대박 확률은 0.4%였다.

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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