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그림 드러난 구광모 친정체제…세대교체·사업재편 방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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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부회장 퇴진, LG전자 후속 인사 관심…그룹 인사 컨트롤타워 교체, 실무 참모진 승진

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LG구광모 (주)LG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LG


28일 단행된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핵심은 세대교체와 외부수혈에 따른 경영쇄신이다. 조금 달리 표현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이라 할 수 있다.

구 회장이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형 경기침체' 전망에 맞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그룹 전반의 경영전략과 사업재편 구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 물결에 적극 대응 '인적쇄신'
세대교체가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입사 44년차 고졸신화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이다. 조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지난해 6월 구 회장 취임 당시 6명이었던 부회장단에서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과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3명이 'LG 배지'를 뗐다. 고 구본무 회장의 참모진이었던 60대 CEO들의 퇴장이다.

LG전자 (91,800원 ▼400 -0.43%)에서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사장·63)과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62)가 동반 퇴진하는 데다 후임 CEO인 권봉석 사장이 올해 56세라는 점에서 후속 세대교체 인사가 실무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과 내수침체로 경영여건이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미래 CEO 후보군인 신임 상무는 2004년 GS그룹 계열분리 이후 최대였던 지난해(134명)에 버금가는 106명이 발탁됐다. 45세 이하 상무 승진자가 2년 연속 21명으로 집계된다.

그룹 고위 인사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관성에서 벗어나 젊은 인재를 발탁, 차세대 사업가로 키우고 새로운 시각에서 빠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밑그림 드러난 구광모 친정체제…세대교체·사업재편 방점

친정체제 가속…'오너 4세' 참모진 윤곽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LG (78,400원 ▼700 -0.88%)에서는 인사팀장이 17개월만에 교체됐다. 구 회장 취임 직후 인사팀장으로 선임됐던 이명관 부사장이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흥식 LG CNS 최고인사책임자가 신임 팀장(부사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고 구본무 회장 시절이던 2008~2015년 ㈜LG 인사팀장을 지내다 다시 불려왔던 이 부사장이 구 회장 취임 초반 연착륙을 뒷받침한 뒤 물러나면서 앞으로 친정체제 구축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인사에서 일제히 물갈이됐던 ㈜LG 팀장급 경영진도 대거 승진 명단에 올랐다. 이재웅 법무준법지원팀장과 정연채 전자팀장·하범종 재경팀장은 부사장으로, 강창범 화학팀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지주사에서 그룹 계열사의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팀장급 경영진은 실무선에서는 구 회장의 수족 중 수족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1월 외부수혈한 김이경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는 전무로 승진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외부영입 지속
성과주의 원칙은 올 인사에서도 통용됐다. 황현식 LG유플러스 퍼스널솔루션부문 부사장(57)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 전체 계열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정기 임원인사에 앞서 외부인사 영입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이어졌다.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대표가 LG생활건강 에이본(AVON) 법인장(부사장)으로, 김은생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총괄이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올해 임원급 외부영입 인사는 14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많다.

조직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는 수준을 넘어 4차 산업혁명기에 한우물 전문가보다 융합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십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구 회장의 구상이 본격화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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