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은 150명이 적정선…“더 넓히면 되레 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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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세 가지 열쇠’…운, 기술, 네트워크의 성공 방정식

인맥은 150명이 적정선…“더 넓히면 되레 독”


운보다 실력을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 이들은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종종 말하다. 행운이 찾아와도 실력이 없으면 운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모노폴리’라는 보드게임 개발자 찰스 대로우는 성공에서 운의 역할이 컸다. 찰스는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려다가 실패한 난로 엔지니어였다. 모노폴리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웃집 사람이 만든 ‘지주 게임’을 응용한 것이었다.



어느 날 대형 백화점 매니저가 동네 잡화점에서 팔던 찰스의 게임을 발견하면서 전국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찰스는 백만장자가 됐다.

그의 일화에선 ‘실력’을 논할 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역사에 보기 좋게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 무대로 가면 이런 운은 비일비재하다.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선수의 약 40%는 생일이 1~3월 사이다. 10~12월 사이는 고작 10%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일이 빠를수록 또래보다 키나 덩치가 크고 몸도 더 잘 가누기가 쉬워 코치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태어났다는 작은 운에서 시작해 조금씩 운이 쌓여 ‘축적된 이점’이 된 셈이다.



어차피 복불복이니 스킬 따윈 키우지 말고 대박이나 노리며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 오히려 조심하라는 의미다. 사람은 인정받을 만큼의 성공을 이루면 그것을 자신의 스킬 또는 노력의 결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운은 분명 인간의 손을 떠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는 않다. 저자는 이를 ‘운에 대한 스킬’이라고 정의하며 5가지 스킬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잘되면 제 탓, 안 되면 운 탓 하지 말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리스크 조금 떠먹기’다. 리스크를 지나치게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바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연속되는 운 끊기’다. 행운은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일이다. 이 기술을 익히지 못하면 파멸할 때까지 도박을 하게 된다.


네 번째는 ‘갈지자 행보하기’. 일관된 목표 추구는 필요하나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은 ‘최악의 상황 예상하기’다.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운은 최악을 어떻게 다룰지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회의주의자,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좋다.

운과 함께 성공의 중요 요소는 네트워크. 대표적인 사례가 아인슈타인이다. 우리는 상대성 이론과 노벨상 수상으로 그가 유명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명세는 ‘다른 배경’에 숨어있었다.

그를 미국으로 데려간 세계시온주의자기구 의장 하임 바이츠만 때문이었다. 2만 명의 유태인 인파가 당시 바이츠만을 환영하기 위해 뉴욕 항에 나와 있었는데, 기자들은 이를 아인슈타인을 환영하는 인파로 착각해 대서특필했다.

네트워크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킬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영역이 많기 때문. 연주자 기량을 가늠하는 콩쿠르에서도 뒤 순서에 연주할 때 우승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스킬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수록 ‘유명세’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결국 ‘인맥’을 넓히는 것이 유용할까. 저자의 대답은 ‘No’다. 리카르도 뵈트너 연구에 따르면 연결된 사람이 많을수록 일자리 제안을 받을 확률이 커졌다. 하지만 이 확률은 157명에서 정점을 찍고 그보다 많아지면 오히려 줄었다. 무리한 인맥은 되레 독이 되는 것이다.

원시부족끼리 싸울 때 가장 효과적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크기도 150명이고, 육군의 중대 규모도 대략 150명 선에서 맞춰져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로빈 던바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일차적 그룹의 크기는 약 150명이다. 인맥을 넓히는 것보다 이미 만든 인맥에 집중하는 편이 나은 셈이다.

성공이 운과 네트워크에 기댄, 즉 ‘천명’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면 실력은 왜 갈고닦아야 할까. 저자는 “스킬이 든든한 보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순전한 운에 의한 성공은 불운을 맞았을 때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큰 성공이 스킬만으로 이뤄지지 않지만, 성공의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세 가지 열쇠=권오상 지음. 부키 펴냄. 26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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